광복 60년을 맞이해 그 당시와 지금의 우리 경제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한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숫자로 보는 광복 60년'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민소득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53년 67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1만4162달러로 211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13억달러에서 지난해 6801억달러로 523배나 늘면서 세계 11위로 올라섰다. 특히 수출은 당시 3000만달러에도 못미치던 수준에서 2538억달러로 9200배나 불어나면서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다. 아시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했던 우리는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고도성장과 1997년 외환위기 등 역경을 거치며 오늘의 경제를 일궈냈다. 그 결과 세계는 후발국 중 한국을 가장 성공적으로 산업화를 이룩한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국민들의 피와 땀이 어우러진 성과다. 그러나 광복 60년의 의미가 여기에 그쳐선 안될 일이다. 눈을 미래로 돌리면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향해 그대로 질주할 것 같았던 한국 경제는 근 10년 가까이 1만달러대에서 주춤거리며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주소다. 특히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아웃 국가들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일본은 10년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고,중국은 연 9%에 달하는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광복 60년이자 한.일 수교 40년을 맞이했지만 부품.소재 등 일본에 대한 핵심기술 의존과 이로 인한 대일 무역역조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중국의 추격은 더욱 빨라지고 있어 우리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대내외 경제 여건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노동과 자본의 성장 기여도가 하락하면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80년대 7%대, 90년대 6%대에서 지금은 4~5%대로 떨어졌다는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고령화 및 저출산,고용없는 성장,양극화 등 국내 경제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또한 시장개방,블록화,환율,에너지 위기 등 대외 경제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광복 60년은 바로 이 질문을 우리 앞에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이르면 답답함이 앞선다. 국가적 역량 결집은커녕 과거사 정리, 도청 파문 등 온 나라가 마치 과거의 그림자에 함몰(陷沒)돼 있는 형국이다. 걸핏하면 과거 정치자금 문제로 갈 길 바쁜 기업들의 발목을 잡기 일쑤다. 뿐만 아니라 경제에 올인한다는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연정이니 뭐니 하며 소모적인 정치게임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고서도 선진경제를 말한다면 그것은 과욕에 지나지 않는다.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 한국 경제가 어떻게 하면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그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 스스로 말하듯 노동 자본 등 양적 투입요소에 의존한 과거의 성장동력이 한계에 이른 만큼 혁신주도형 경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혁신주도형 경제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왕성한 기업가 정신 및 이를 토대로 한 기술혁신과 생산성이 성장을 이끄는 경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여기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기업인들부터 신명나게 뛰게 만들어야 한다. 광복 60년을 맞이한 우리 경제가 선진경제로 도약하느냐,아니면 정체하고 마느냐는 바로 여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