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거세지는 일본 우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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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5일은 한.일 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날이다.
한국에선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이지만 일본에서는 전쟁에서 패한 날로 기억된다.
특히 올해는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해 아시아 맹주로 국제사회에 이름을 내민 지 100주년 되는 해이다.
또 제국주의 길을 걷다가 연합국에 패한 지 60주년이 된다.
8월 초부터 일본 정부기관이나 언론들은 각종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전쟁으로 인해 주변국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언론의 '8.15' 기획물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의 '피해자'임을 강조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탄 공격을 받아 가장 참담한 피해를 입었다는 다큐멘터리가 연일 공중파를 타고 있다.
연합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도쿄재판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인 '전범'은 없다는 우익 식자층의 주장에 동조하는 일본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외무성은 지난 주말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집권 자민당은 제대로 된 국가 운영에 필요하다며 재무장을 하고 해외파병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으로 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잘못된 과거 역사의 매듭을 풀고 진정으로 주변 피해국에 사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21세기 글로벌시대를 맞아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는 확산되고 있지만, 주변국과의 정치적 긴장은 오히려 고조되는 양상이다.
올들어 경제가 살아나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일반 시민들 사이에도 전례없이 우경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9월11일 치러질 총선은 관심거리다.
지난 50여년간 일본은 자민당 장기 집권체제였다.
아직도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나 아베 신조 자민당 의원이 차기 총리감 1순위로 꼽힐 정도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보수 우경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변화상을 점쳐볼 수 있는 선거 결과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도쿄=최인한 특파원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