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4:04
수정2006.04.09 17:27
올해 초 법무사 시험에 최종 합격하고 지난 5월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법무사 사무실에 취직한 윤모 법무사는 요즘 빚을 갚느라 여념이 없다.
고용 법무사라 개업 비용도 들지 않은 윤씨가 빚더미에 올라 있는 이유는 법무사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법무사회 입회비 때문.
사회생활 초년병인 윤씨는 5월 초 입회비로 한꺼번에 1000만원을 냈다.
대한법무사회에 400만원을 냈고 나머지 600만원은 자신이 취업한 장소인 서초동이 속해 있는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에 고스란히 헌납(?)했다.
가정 형편상 집에다 손을 벌리는 것도 여의치 않아 할 수 없이 은행 대출로 입회비 전액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윤씨는 사회에 발을 내딛자마자 빚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 불만이었지만 자신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충북 청주에서 법무사 일을 하려면 입회비만 1900만원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입회비는 법무사가 변호사보다 많아
윤씨 같은 법무사들은 법무사회에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한변호사협회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변호사들과 같다.
하지만 입회비 규모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서초동 등 서울 중심가에서 개업한 변호사들은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가입비 120만원만 내면 된다.
반면 같은 지역에서 법무사를 하려면 변호사의 8배가 넘는 1000만원을 한꺼번에 납부해야 한다.
이 돈은 회계사들이 처음 공인회계사회에 등록할 때 내는 180만원보다 5배 이상 많은 액수다.
의무가 아닌 임의 가입단체인 대한변리사회 가입비(100만원)의 10배에 이르는 액수다.
또 법무사회 입회비는 지방별로도 천차만별이다.
전국 평균은 대한법무사회에 일률적으로 내는 400만원을 포함해 900만원 정도.그러나 청주에서는 청주법무사회에만 15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반면 수원에서는 대한법무사회에 내는 400만원 외에 추가 입회비가 없다.
◆입회비 인하 논쟁 치열
그동안 법무사는 장기 근속한 법원 검찰 직원 출신들이 차지했다.
그러다 지난 92년 처음으로 법무사 시험 제도가 생겼다.
시험을 통해 법무사가 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법무사 자격을 시험으로 획득한 법무사들은 "거액의 입회비 관행은 퇴직금으로 입회비를 내는 검찰과 법원 직원 출신만이 법무사가 되던 과거의 유물"이라며 "현재 시험 출신 법무사들이 신규 법무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사회는 "현행 입회비 제도를 바꿀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법무사회 지분을 갖는 회원이 되려면 법무사회 보유 재산을 회원 수로 나눈 입회비를 무조건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경조사 때 회원들에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부조금을 지급해 수년 내에 낸 액수만큼 돌려받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개업한 시험 출신 법무사는 "입회비에서 부조금을 나눠 주는 일은 공제회 성격을 띠는 것"이라며 "지방 법무사회들 모두 공제금과 입회비를 분리한 뒤 공제회 가입을 선택 사항으로 바꿔 회원들의 입회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