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관이었던 박철언 전 의원의 회고록이 사법부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9월23일 물러나는 대법원장 후임 인사를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박씨가 사법부를 농락했고 일부 판사들이 권력에 아부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서울지검 평검사였다가 5공 출범과 함께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일하던 박씨는 81년 3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법원장 후보를 인터뷰했다. 일부 후보들은 대임(大任)이 주어지면 정부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법부로서는 치욕의 순간이자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역사의 단면이다. 정권에 빌붙어 대한민국 사법부의 수장 자리를 노렸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씨는 뭐가 그리 잘났다고 이런 일을 자랑인 양 떠벌리는지 그 속내를 알 수는 없다. 세상이 자기를 잊어가고 있으니 기억해 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것일까. 다만 박씨가 초법적인 권력을 휘두른 점은 확실해 보인다. 이번 대법원장 인사만큼은 코드 인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인사이길 기대해 본다. 사회부 차장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