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거리에서는 '맨 인 블랙'으로 변신한 남성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봄·여름을 풍미한 밝은 회색,은회색 등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4~5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블랙' 유행이 가을거리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신 셔츠나 타이 등 소품은 더 화려해져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올 블랙 스타일'의 포인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여성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삼식이(현빈 분)' 패션이 이런 경향을 반영한 것.


극 중 레스토랑 사장으로 나오는 현빈은 검은색 등 무채색 정장에 화려한 셔츠와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옷을 자주 입고 나왔다.


몸에 착 달라붙는 정장 수트는 남성 신체의 S자 곡선을 잘 살려줬고 광택있는 재질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효과적으로 연출했다.


소매와 칼라에 수공예 느낌을 주는 '스티치(바늘 땀)'로 장식된 화려한 셔츠를 받쳐 입은 '삼식이'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블랙'의 귀환='로가디스''갤럭시''마에스트로''아르페지오' 등 남성복 브랜드들은 올 가을 신상품에서 유행색인 '블랙' 컬러 제품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메트로 섹슈얼(패션과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남성)' 열풍의 영향으로 최근 몇년간 유행을 이끌던 선명하고 밝은 색상이 올 가을에는 셔츠와 타이 등의 '포인트 컬러'로 한발짝 물러나고 대신 고급스러운 검정색이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과장은 "2000년부터 강렬하고 선명한 '비비드(vivid) 컬러'에 왕좌를 내주었던 검정색이 슬슬 복귀할 조짐이 일고 있다"며 "이는 세계 유명 패션쇼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거리에서 사람들의 옷차림을 조사해 본 결과에서도 나타난다"고 했다.



◆몸매 드러내는 스타일 대세=올 가을 유행을 따라가려면 몸매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같다.


밋밋한 허리라인을 두루뭉술 커버해주는 박스형 수트를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


가슴 근육의 볼륨감을 살려주는 스타일도 나오고 있어 '남성다운 몸매'를 오롯히 드러내주는 '실루엣 정장'이 유행을 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명품 남성복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 제냐''보스''조르지오 아르마니' 등도 남성의 몸매를 아름답게 드러내는 스타일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는 이런 세계 패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국내 소비자들의 체형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 라인을 개발했다.


제일모직의 '갤럭시'에서는 '뉴 룩 수트(New Look Suit)'라 하여 스타일은 살리되 착용감은 편안한 제품군을 내놓았다.


LG패션 '마에스트로'의 '소프트 슬림 피트'와 코오롱패션 '지오투'의 '뉴 슬림'도 이런 유행을 반영한 제품 라인이다.


방유정 마에스트로 디자인실장은 "남성 몸의 곡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주면서도 어깨 패드를 간소화하는 등 무게나 착용감을 개선한 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