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여성패션에는 러시아발(發) '에스닉(민속의상 같은 분위기를 도입한 옷과 액세서리)'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미 가을 옷을 판매하고 있는 백화점 여성의류 매장들은 선명한 색상의 로맨틱한 옷들 대신 '블랙' 등 짙고 어두운 컬러들로 분위기가 싹 바뀌어 있다. 소재면에서 올 가을 패션의 특징은 서로 다른 느낌의 소재들을 조합해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다. ○북쪽으로의 여행(North trip)=정구호 제일모직 상무는 "올 가을에는 러시안 에스닉 룩을 주된 테마로 스칸디나비아식 자수나 수공예적 기법을 사용한 패턴들이 들어가 있는 스타일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스닉 유행이 80년대 일본풍,90년대 중국풍에서 최근에는 러시아쪽으로 옮겨간 것. 이런 러시아풍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패턴이 가미된 옷,섬세한 손뜨개 느낌이 살아 있는 제품을 고르면 된다. 단 러시안 패션이 유행이라고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러시아풍 의상으로 연출하면 오히려 촌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유영주 '닥스' 디자인실장은 "심플한 니트웨어에 러시아풍의 겉옷을 덧입거나 클래식한 재킷에 러시아 전통 패턴이 들어간 스커트를 조합해주는 정도의 '센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모피(fur)소재 대거 활용=러시아 전통 털모자 '샤프카(Shapka)'를 연상시키는 '퍼'가 장식으로 사용되는 수준을 넘어 재킷,모자,핸드백 등의 주재료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손정완 컬렉션은 벨벳과 모피소재를 이용해 여성미를 강조하는 의상들을 내놓았고,설윤형도 모피,가죽,실크벨벳 소재를 층층이 덧대 풍성한 느낌을 주는 보헤미안 스타일 의상들을 선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소재면에서 모피를 중심으로 한 '믹스 앤 매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제일모직 여성복 브랜드 '구호'도 모피와 새틴 소재를 조합한 드레스와 재킷을 내놓았고,LG패션도 '제덴 퍼(fur) 핸드백'을 출시 가을여심을 유혹하고 있다. 코오롱패션의 '쿠아'도 러시아풍을 중심으로 여러 문화적 코드를 조합한 아이템들을 소개하고 있다. ○블랙과 퍼플이 유행 이끈다=한승희 LG패션 컬러리스트는 "봄 여름에는 밝고 생기있는 색상이 유행했던 반면 가을에는 조금 어둡고 차분한 색이 주종을 이룰 것"이라며 "그 중심에는 '블랙'과 '퍼플'이 있다"고 했다. 검은색은 착시현상으로 여성의 몸매를 다소 날씬하게 보이게 해줄 뿐 아니라 지적인 느낌도 주는 색상이다. 의상 전체를 블랙으로 입는 '올 블랙 코디네이션'도 시도해 볼 만하다. 그럴때는 광택이 있는 퍼플계열의 소품을 조합하면 훨씬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 검정색이 너무 무거우면 조직감이 다른 소재를 사용한 옷을 덧 입어 가볍게 연출해도 좋다. 또는 자수나 '비딩(구슬 세공)'이 들어간 제품을 입어 '로맨틱 블랙 룩'을 시도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