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韓日기업 협력 활성화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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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오 < 숙명여대 교수·경영학 >
한국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한ㆍ일 FTA의 체결 등으로 양국 간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 등 새롭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국가들의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점은 한ㆍ일 기업들에 기회이면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양국 기업이 효과적으로 협력과 경쟁 관계를 가지면서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ㆍ일 간 분업에 관한 기존의 많은 연구들은 양국의 수직적 분업 패턴에 논점을 맞추어 왔다.
특히 한국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일본에 부품ㆍ소재ㆍ장비를 의존해 왔기 때문에 최종 조립제품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대일 무역적자가 증가한다는 점이 문제시돼 왔다.
그에 대한 우려는 오늘날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한ㆍ일 FTA 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필자는 향후 한ㆍ일 간의 경제적 관계를 부정적이 아니라 긍정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최종제품 분야와 부품ㆍ소재ㆍ장비 분야에서 양국 기업이 기본적으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협력을 통해 상호 발전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양국 기업 간의 경쟁적 측면을 살펴보자.최종제품 분야에 관해 양국 기업들은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여러 산업에서 세계시장을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
과거에는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을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지만, 오늘날에는 한국기업이 우위를 점하는 경우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또한 경쟁관계는 부품ㆍ소재ㆍ장비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한ㆍ일 기업 경쟁이 궁극적으로 양국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점도 적지 않다.
한편 최근에는 양국 기업 간에 경쟁만이 아니라 협력의 패턴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최종제품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소니의 전략적 제휴는 널리 알려진 예이다.
또한 필자가 조사한 광디스크 드라이브 산업의 경우에는 LG전자ㆍ히타치 합작회사와 삼성전자ㆍ도시바의 합작회사가 세계시장에서 1, 2위의 자리를 다툴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국기업이 지닌 응용설계 및 제조능력이 일본기업이 지닌 원천기술 및 기초설계 능력과 효과적으로 결합돼 양쪽 기업 모두가 성공하고 있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또한 부품ㆍ소재ㆍ장비 분야에서도 새로운 협력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즉 일본기업들이 한국에 직접투자를 한 결과 그들의 합작회사나 완전자회사가 일본의 기술과 한국의 제조능력을 활용해 세계시장의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필자가 조사한 한국진출 일본기업들의 경우 진출 초기에는 수출이나 소수지분 투자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IMF위기 이후 단독투자로 전환해 적극적인 기술이전과 함께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기업의 국내투자가 자생적인 국내 부품ㆍ소재ㆍ장비 기업에 미치는 압력도 신중히 고려해야 하지만, 이러한 투자를 통한 기술이전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한ㆍ일 기업 간의 협력이 향후에도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국내에 생산기반을 보유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최종제품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기반을 유지함으로써 국내의 부품ㆍ소재ㆍ장비 기업들이 육성될 뿐만 아니라, 이들 대기업과 제휴를 하거나 제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는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한ㆍ일 기업 간의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한국 대기업들의 지속적인 국내 투자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