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脈] 생명공학 뉴프론티어 수의과大 출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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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으로 대표되는 수의과대학 출신들이 바이오 분야의 프런티어로 떠오르고 있다.
동물에 관한 독보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줄기세포와 같은 연구성과를 잇따라 내고 있는 데다가 산업계 곳곳에도 진출, 바이오 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에 수의학과가 있는 대학은 9개 국립대(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와 사립대인 건국대를 합해 모두 10곳이다. 원래 동물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했던 수의학이 유전공학 기술 및 의약 신물질 개발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수의과대 출신의 활동 반경도 급속히 확대됐다.
의대 못지 않은 의학적 백그라운드에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특유의 생명과학 연구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게 수의과대 출신들의 최대 강점이다.
제약업계나 벤처업계에서 활약하는 수의학과 출신으로는 올초 보령제약 공동 대표로 취임한 김광호 대표를 들 수 있다. 그는 건국대에서 수의학을 전공,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바이엘코리아 전무와 사노피신데라보코리아 부사장을 지낸 그는 제약업계의 베테랑으로 손꼽힌다.
김순무 한국야쿠르트 사장도 수의학과를 나온 대표적인 경영자다. 서울대를 졸업한 후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한 그는 생명공학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회사를 국내 3대 유가공 업체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
바이오 벤처기업 경영자로는 동물 백신 개발업체인 중앙백신연구소의 윤인중 대표(건국대 수의학과)와 제일 바이오의 심광경 대표(서울대 수의학과),에스디의 조영식 대표(서울대 수의학과),바이오톡스텍의 강종구 대표(서울대 수의학과) 등이 활약하고 있다.
국내 간판 시계업체에서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한 오리엔트의 장재진 대표는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건국대에서 수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장 대표는 바이오 벤처인 바이오제노믹스를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리엔트의 대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 외에 바이오 분야는 아니지만 이수창 삼성화재 사장은 수의학과(서울대) 출신으로 대기업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라 업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이우재 한국마사회장도 원래 서울대 수의학과를 다닌 수의학도였다.
학계에서 수의과대 출신들의 활약상은 두드러진다. 줄기세포와 이종장기 연구,신약 개발 같은 각종 프로젝트의 핵심 연구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의대 해부학,생리학,병리학 교수로도 상당수 진출해 있다.
서울대에서는 황우석 교수와 함께 복제 개 '스너피' 탄생의 주역인 이병천 교수와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강경선 교수를 비롯 조명행(독성학),이장헌(생리학) 교수 등이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지낸 이영순 교수는 대한수의학회장으로 수의학계를 이끌고 있다.
강원대에서는 우흥명 교수가 개를 대상으로 동물 간의 신장 이식수술을 처음으로 성공시킨 데 이어 지난해 말 쓸개즙 뺏긴 반달곰을 치료,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같은 대학 정희태 교수는 2002년 인체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거된 복제돼지를 미국 연구진과 공동 개발하는 등 이종 장기 분야의 고수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라정찬 알앤엘생명과학 사장은 "수의과 출신들은 학창 시절부터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 위주의 공부를 해왔다"며 "이를 통해 인간의 질병 연구에 남다른 노하우를 갖춰 바이오 시대에 빛을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