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선박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배값의 오름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일부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상 최고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하락의 충격 속에서도 휘파람을 불고 있다.


선가 상승에 따른 이익이 나머지 모든 악재를 털어버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각 사의 설명이다.


15일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VLCC)의 7월 말 기준 국제 건조 가격은 2001년 1월에 비해 77.8%나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6500TEU급 컨테이너선은 38.5%,14만7000㎥급 LNG선은 24.2% 각각 올랐다.


이 같은 선박 가격은 지난 1월에 비해서도 2.4~4.3% 오른 것이다.


선가의 하락을 점쳤던 클락슨의 연초 단기 전망이 무색해져 버렸다.


업계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VLCC 수요 증가 △세계 화물 운송량 증가에 따른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 △중동 카타르의 LNG선 발주 프로젝트 가시화 등의 영향으로 선박 가격은 당분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면 한동안 업계의 걱정거리였던 원자재 가격은 내림세다.


조선용 후판가격은 최근 동국제강이 t당 75만원에서 71만5000원으로 인하했으며 포스코는 추가 인상없이 t당 68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추가적인 급격한 하락세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다보니 업계의 채산성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올 4·4분기나 내년 초에 가야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대부분 업체들의 흑자전환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실적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4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에는 742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도크에서는 2004년 6월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이 건조되고 있다"며 "2003년 초 수주한 컨테이너선들보다 수주가격이 무려 50% 가까이 높은 선박들"이라고 자랑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영업적자 폭이 1분기 1516억원에서 2분기 190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흑자전환이 멀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곧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삼성중공업 역시 영업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평균 수주가격이 2003년 1억달러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 1억500만달러,올해 1억6000만달러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2001년,2002년 낮은 가격에 수주했던 물량이 대부분 건조돼 예상보다 빠른 실적호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수주되는 물량은 대부분 2~3년 뒤에 건조될 선박들이어서 지금의 경영환경에 큰 변화만 없다면 조선업계의 수익은 당분간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