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세계화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은 해당국 내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산되거나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해외증시 상장에도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역풍은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두드러지고 있지만,그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무차별적인 영역 확대에 대한 거부감과 질투심이 반영된 '반(反)중국' 정서가 짙게 깔려 있어 전체 서방 세계에 확산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본과 호주 등에서는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경계론이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 절차를 보다 까다롭게 고칠 가능성도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미·중 경제안보점검위원회의 리처드 다마토 위원장은 "중국 기업들의 '마구잡이식' 미 증시 상장이 주가에 거품을 만들어 정보가 부족한 미국 투자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금융회사들이 올해 150억달러 규모의 미 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의 재정상태가 어떤지 한번쯤은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회 로저 로빈슨 부위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SEC를 포함한 미국의 금융당국은 중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기업활동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SEC의 규제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 닷컴'이 지난 5일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4.5배 급등,투자자들의 관심이 중국 기업에 쏠려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FT는 크리스터포 콕스 신임 SEC위원장이 평소 미·중 관계에 매우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실제 중국기업의 미 증시 상장에 일정한 제한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 주목된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에 대한 반대여론은 보다 직접적이며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이미 미국에서 중국해양석유(CNOOC)의 석유업체 유노칼 인수가 의회와 정부의 견제로 무산된 데 이어 영국에서도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업체 M&A가 반론에 막혀 좌절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는 영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마르코니를 1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현지 보수세력의 반대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마르코니 회사 안팎으로부터 강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며 "특히 이 회사는 오랜 전통을 가진 영국 대표기업이라는 점에서 영국민의 감정이 남달라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SMIC는 중국 내 공장 증설을 위해 해외은행 대출을 받으려 했다가 경쟁업체인 마이크론의 견제로 무산되기도 했다. SMIC는 지난 5월 중국 공장 증설에 필요한 반도체 생산장비 수입을 위해 미국 수출입은행에 지급보증을 요청했으나 마이크론이 중국 공장이 증설되면 공급과잉으로 D램 가격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며 역로비를 펴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선태 기자·오광진 베이징 특파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