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경제 상황을 표현할 때 건강과 관련된 형용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 학자들은 '튼튼하다''강하다''병들어 있다''쇠약하다' 등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형용사를 사용해 경제 상황을 표현해 왔다. 유럽 경제와 관련,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온갖 부정적인 형용사들을 주로 이용했다. 일부 학자들은 유럽 경제를 가리켜 "유럽 병(European Disease)을 앓고 있다"며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기도 했다. 유럽 병의 원인으로는 △과도한 세금 △유연성이 부족한 노동시장 △지나친 정부 규제 △보호 무역주의 등이 주로 지적됐다. 그러나 유럽 경제에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움직임은 유럽 각국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참석했던 스페인 마드리드의 '후안 라도 시상식(Juan Llado Prize)'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몇년 전 스페인의 한 민간 재단이 만든 후안 라도 상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경영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1990년 중반까지만 해도 스페인에서는 '반(反) 기업정서'가 팽배해 이같은 상을 제정하는 일 자체가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상당히 변했다. 지난 1993∼96년 스페인 국민들은 유럽에서 가장 일을 안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시 노동 가능 인구의 주당 근무시간은 16.5시간으로 프랑스(17.5시간) 독일(19.3시간) 등보다도 적었다. 스페인 정부는 국민들이 왜 일을 하려들지 않는가에 대해 조사했다. 원인은 과도한 세금 부담에 있었다. 열심히 일을 해보았자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다 보니 근로 의욕이 크게 떨어졌던 것이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1998년 조세 개혁을 단행했다. 세금 부담을 대폭 낮춰 근로자들에게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 결과 노동 가능 인구의 주당 근무시간도 20시간으로 늘었고 정부의 조세 수입도 함께 증가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스페인보다 앞서 조세 개혁을 추진,근로 의욕도 높이고 정부 재정도 튼튼히 다지는 효과를 보았다. 고도 성장을 이끌고 있는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도 서유럽 국가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도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정치 지도자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 시작했다. 세율을 대폭 낮추는 조세 개혁도 적극적으로 준비중이다. 독일의 경제 개혁은 향후 5∼10년 이내에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과거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특히 경제 정책은 '근로자'가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주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럽은 이제 유럽 병을 고치기 위해 효과가 좋은 약을 서둘러 복용해야 할 시점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리스콧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Even Europeans Will Respond To Incentive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