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던진 핵심 메시지는 국민통합이다. 이는 뒤집어 보면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분열적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역사적 분열의 상처 △정치과정에서 생긴 분열의 구조 △경제적 불균형으로 인한 분열의 우려 등 크게 3가지로 진단하고 이를 위한 해소 방안을 제시했다. ◆대기업 노조,양극화의 한 원인 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과거사 문제와 역사적 분열과는 별도로 우리 사회가 직면하게 될 '미래의 위협 요인'으로 경제적 불균형을 지목했다. 계층 간,지역 간,기업 간 양극화 현상 등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부의 힘만으로는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며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포기를 촉구했다. 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은 지난 2월 국회에서의 국정연설에 이어 다시 한 번 이를 강조한 것은 비정규직이 늘어나 소득이 줄고 그 결과로 생산성이 낮아지고 다시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노 대통령이 "노조는 해고의 유연성을 열어주는 한편 정부와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다양한 고용 기회를 만들어주는 대타협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기업들도 연구개발 및 국내투자 확대,인재육성에 힘써줄 것을 주문하면서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활력있고 안정적인 경제운영을 다짐했다. ◆과거사 정리 언급 위헌 논란 노 대통령은 과거사 청산과 관련,국가권력 남용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보상 및 배상을 위해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고 조정 관련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에따라 당장 정치권에서 위헌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가권력이 야기한 인권 침해 및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국가 무한책임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독일의 나치전범 처벌과 유엔의 '반인도적 범죄' 공소시효 불인정 등 국제적 관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헌법 수호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의무를 망각한 초헌법적 발상"이라면서 "대통령으로서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또 다른 '과거사'를 만드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노 대통령이 제시한 공소시효 문제가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이 우려하는 위헌적 소지를 없애고, 현실적 틀 안에서 배상과 보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며 반박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