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맺은 인연은 놓지 않습니다"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하고 있는 북측 대표단이 남북관계 발전의 기둥을 세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병문안하기로 해 눈길을 모은다. 북측 대표단이 지난해 6.15 4주년 때 김대중도서관 주최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기는 했지만 폐렴 증세로 입원 중인 병원을 직접 찾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에 와 있는 북측 대표단에 대남정책의 총책을 맡고 있는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대표단의 모든 일정이 평양에 보고된다는 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중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병문안에서 보듯 북한은 한 번 맺은 인연을 꾸준히 관리하고 소중히 하는 의리정치의 전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15 5주년 행사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면담하고 '접견자'에게 오찬을 대접했다. 임동원(林東源) 세종재단 이사장, 박재규(朴在圭) 경남대 총장, 김민하(金玟河)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고 박용길 장로는 1995년 7월 김 주석 1주기에 방북해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결국 '접견자'라는 기준에 따라 통일부 장관을 2년 넘게 지내며 최장수 장관급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한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과 당시 민간대표단의 백낙청(白樂晴) 단장도 오찬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7월 현정은(玄貞恩) 현대그룹 회장과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부회장을 면담했다. 남북교류의 길을 연 현대그룹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관심은 매우 각별하다. 김 위원장은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에게 산삼을 선물하기도 했고 2001년 3월21일 정 명예회장이 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기 장애로 운명하자 분단 후 처음으로 조문단을 서울로 보내 자신의 명의로 된 화환을 고인의 영전에 바쳤다. 또 현 정부 들어 대북송금 특검에 착수하자 현대그룹을 옹호하는 각종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금강산에 열린 추모행사에 대표단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김윤규 부회장의 개인비리문제가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과 인연을 맺고 있는 김 부회장이 퇴진하면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이 한나라당의 각종 정책과 강경한 대북태도에 대해 입에 담기 힘든 험담을 하면서도 김 위원장을 만난 박근혜(朴槿惠) 당대표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는 것 역시 김 위원장과 인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일단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한번 만들어 놓은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북관계가 좋아지면서 각종 사업으로 만들어진 북측과 인연은 남북간 관계를 공고히 하는 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