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남녀평등시대] 포스코‥직원 부인들 '주부사원' 채용…통역등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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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에는 '주부사원'이란 게 있다.
포스코 특유의 여성인력 활용제도다.
포스코 직원들을 남편으로 두고 있는 주부사원들은 정규사원은 아니나 포스코의 중요한 업무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일정액의 급여가 지급되고 근무시간은 일반직원과 큰 차이가 없다.
회사가 이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직무교육을 실시해 전문성도 길러주고 있다.
주부사원 모집 경쟁률은 수십대 1에 달할 때도 있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찾는 외국인 방문객의 길라잡이 4인방이 대표적인 주부사원들.이경순씨(일본어 담당)와 이성란씨(중국어 담당)는 포항제철소에서,이해란씨(중국어 담당)와 김민숙씨(일본어 담당)는 광양제철소에서 포스코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사내에서 포스코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으로 통한다.
광양제철소에서 일본어 안내를 맡고 있는 김민숙씨는 우연한 계기로 배운 일본어를 포스코를 위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케이스. 포스코 직원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서 주재하던 중 백화점에서 4살 된 아이를 잃고 찾은 후 밤낮으로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기왕 배운 일본어를 썩힐 수 없어 고민하다 남편이 일하는 회사를 알리는 일을 맡게 됐다는 것.
포항제철소 일본어 안내담당인 이경순씨는 "외국인 방문객의 경우 업무상 출장오는 분들이 많아 직원수,공장설비 제조업체,공장별 생산량,매출액 등 제철소에 대한 전문적인 질문들이 많다"면서 그만큼 외국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업무가 허드렛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따라서 견학안내 시나리오 내용을 최신 것으로 업데이트하는 등 언제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번은 일본 방문객에게 파이넥스(기존 용광로를 대체하는 차세대 공법.포스코는 현재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음)를 설명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잘못 설명한 부분이 있었다는 걸 알고 더욱 세심하게 자료를 챙기게 됐다"고 한다.
광양제철소 이해란 중국어 담당 주부사원은 중국 방문객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난 중국어 실력을 자랑한다.
지금은 한국사람이 다 됐으나 포스코 직원과 결혼한 중국 랴오닝성 출신이어서다.
이들 주부사원은 포스코의 회사내용 뿐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방문객들의 회사 홈페이지 내용도 섭렵해 활용하기도 한다.
포항제철소 중국어 안내담당인 이성란 주부사원은 "보이지 않는 고객감동도 중요하다"면서 "오시는 손님들의 출신지역과 업무분야,관심사항을 미리 알고 활용하면 훨씬 홍보가 쉬워지고 효과도 만점"이라고 전했다.
외국어 견학안내를 맡다 보니 이들 주부사원의 포스코 사랑 역시 한층 깊어지고 있다.
선진국 철강회사에서 온 방문객들로부터 포스코의 기술과 제품 품질,환경과 복지가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을 때면 절로 자부심이 솟는다고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주부사원들을 활용하면서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의 제철소가 친근하고 부드럽게 외국인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며 "남편 회사에 대한 이해도까지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