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남녀평등시대] KOTRA : 세계무대 두각 '한국의 칼라 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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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느 자리에 맞는 사람인가보다는 어느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홍기화 KOTRA 사장의 인사 철학이다.
그는 여성을 특별히 배려하지 않는다.
다만 능력에 따라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인사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같은 홍 사장의 의지에 따라 KOTRA는 최근 여성 인력을 잇따라 요직에 발탁하고 있다.
해외 근무가 많은 업무 특성상 여성 인력을 중용하기 어려웠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지난 1일자로 정보조사본부 통상전략팀장에 선임된 김선화 부장.통상전략팀장은 KOTRA가 2002년 팀제를 도입하기 전엔 1직급 처장이 맡았고 지금도 고참부장이 맡아오던 요직 가운데 하나다.
여성이 팀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8년 입사한 김 부장은 통상전략팀의 전신인 국제경제부에서 11년,유럽 통상 정책의 중심인 브뤼셀 무역관에서 8년간 근무해 KOTRA 내에서도 통상전문가로 통한다.
지난해 KOTRA에서는 처음으로 여자 부장으로 승진한 김 부장은 KOTRA가 통상 기능을 갖고 있던 92년부터 96년까지 기획조사부와 국제경제처에 근무하면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및 협상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밤낮 없이 자료를 준비하고 협상을 위해 수시로 해외출장을 다니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KOTRA는 물론 정부 안팎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칼라 힐스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견줘 '한국의 칼라 힐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에 앞서 홍 사장은 한연희 과장을 멕시코 몬테레이 무역관 개설요원으로 내정했다. 한 과장은 1997년 KOTRA에 입사,스페인 마드리드 무역관에서 근무하는 등 스페인어에 능통하며 여직원으로는 처음으로 신설 무역관 개설요원으로 파견됐다.
무역관 개설요원이 무역관장으로 임명돼온 그동안의 관례에 비추어볼 때 KOTRA 창립 이래 최초의 여성 해외무역관장이 곧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OTRA 공채시에도 여성 인력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1985년 여자 직원 한 명을 처음으로 뽑은 이후 1999년 이전까지는 매년 1∼3명 정도가 입사했지만 2000년부터 급속히 증가, 올해는 신입사원 40명 가운데 40%인 16명이 여성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여성을 해외 무역관에 과감하게 파견하고 있다.
한 과장처럼 여직원이 신설 무역관 개설요원으로 혼자 파견되는 경우도 있고,무역관장이 남자 직원 없이 해외에 첫 파견되는 여직원과 근무하는 사례도 생겼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과감한 인사다.
이에 따라 KOTRA 여직원 296명 중 7.4%인 22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