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판매사원 영업력 탁월 가장 큰 변화는 신입사원 채용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 대졸 공채에서 전체의 10% 정도를 여성으로 뽑았다. 지난해 상반기 공채때 뽑은 여성인력 비중이 4%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여성이 일하는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 일선 영업부서가 대표적인 예.10여년 전만 해도 현대차에서 일선 판매를 담당하는 여성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253명으로 불어났다. 주부들을 중심으로 여성 사원 채용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성들의 판매실적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예상 밖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특히 여성 판매사원들은 소속 영업점을 활기차게 바꾸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런 장점을 높이 사 일부 영업점에는 여성을 지점장으로 앉히기도 했다. 여성 지점장들은 일반 남성들이 갖추지 못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따뜻함을 앞세워 일선 영업사원들이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중간관리자 역할 톡톡 여성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디자인 파트.실제 현대차는 디자인 연구소의 일부 인력을 여성으로 대체한 결과 훨씬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관리·사무 분야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중간관리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육체적으로 힘든 생산직을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여성들이 약진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실력만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온 것도 여성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뒤늦게나마 여성 인력 확대에 나선 이유는 앞으로 '여심 잡기'가 그룹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여년간 여성 운전자 수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한데다 구매력도 커졌다. 쏘나타 ?여성용 버전?출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패밀리 카를 구입할 때도 여성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정도가 된 것. 현대차가 지난해 쏘나타의 '여성용 버전'(엘레강스 스페셜)을 선보인 것도 이런 트렌드를 파악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차는 체구가 작은 여성을 위해 버튼을 누르면 핸들을 앞으로 당길 수 있는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을 기본 장착한게 특징.제작 과정에서 사내 여성 직원들의 의견 등을 수렴해 탄생했다. 현대의 투싼과 기아의 스포티지는 치마를 입은 여성 운전자가 쉽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히프포인트(차에 앉았을 때 땅바닥에서 운전자 엉덩이까지 높이)를 일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보다 낮췄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자동차 구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감성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며 "따라서 자동차 산업에도 세심하고 감각적인 여성의 손길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