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동양인들이 주역가수로 성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중인 한 성악인은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 외국인,특히 동양인 가수는 한 단어의 발음만 이상해도 당장 트집을 잡힌다.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유럽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중인 한국성악가들이 오랜만에 고국무대에서 팬들과 만난다.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유럽오페라단 주역가수 초청 갈라콘서트'에서다. 이번 공연에는 소프라노 박은주(독일 도르트문트 국립극장 주역가수)·김혜진(이탈리아 볼로냐극장 초청 주역가수),테너 김우경(독일 드레스덴젬퍼 오페라단 주역가수),바리톤 한명원(이탈리아 피렌체극장 초청 주역가수),베이스 손혜수(독일 뉘른베르크극장 주역가수) 등 5명의 성악가가 나온다. 이번 공연은 특히 이들이 우승을 차지한 성악 콩쿠르나 주역으로 활동 중인 무대에서 부른 애창곡들 위주로 꾸며질 예정이여서 주목된다. 박은주는 프로성악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고난이도 테크닉을 요구하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광란의 아리아'를 들려준다. 주인공 루치아가 첫날밤 신랑을 칼로 찌른 뒤 미친 상태에서 20여분간을 부르는 난곡으로 박씨의 고음과 콜로라투라의 화려한 기교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푸치니 페스티벌을 통해 데뷔한 김혜진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 주인공 초초상이 남편이 돌아올 것을 기다리며 부르는 '어떤 개인 날'을 특유의 섬세한 연기력과 세련된 음성으로 들려준다. 한국인 테너로는 처음으로 내년시즌 미국 메트로폴리탄 무대 데뷔를 앞두고 있는 김우경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멀어진 당신'을 팬들에게 선사한다. 베르디 국제콩쿠르 1위 등 많은 입상경력을 자랑하는 한명원은 베르디의 '리골레토' 중 '이 천벌을 받을 비겁한 놈들아'를,마리아 칼라스 국제콩쿠르 대상을 차지한 손혜수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중 '마님,애인 명단은 여기에'를 각각 부를 예정이다. (02)518-7343 www.cmikorea.co.kr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