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제8회 임신 출산 육아용품 전시회에는 휴일을 맞아 이곳을 찾은 '예비 엄마'들로 북적거렸다. 태모필(태아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붓),탯줄도장(탯줄을 넣어 만든 도장) 등 이색상품 부스들이 눈에 띄었고,특히 제대혈 부스에는 많은 주부들이 관심을 보였다. 메디포스트 보령바이오파마 등 4개 업체가 참가,각종 난치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제대혈 서비스를 상담해 주고 있었다. "혈액 보관에만 100만원이 든다는 게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하나뿐인 우리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죠." 상담을 받고 있던 주부 김모씨(29·분당)는 자신의 아이만큼은 '최고'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저출산 현상의 심화로 한국에도 '소황제(小皇帝)'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황제는 중국에서 '한 부부 한 자녀 낳기' 운동 이후 부모들의 극심한 보살핌 속에 자란 아이들을 일컫는 말로 중국 소비의 중심이 되는 세대다.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한국판 소황제'는 부모들의 아낌없는 투자로 불황 속에서도 '키즈(kids) 산업'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고급 유모차 '맥클라렌'을 수입,판매하는 ㈜세피앙은 급성장하는 매출에 회사측도 놀라고 있다. 사업 초기 기획상품으로 내놓은 300만원짜리 유모차 30대가 한 달 만에 팔려나가기도 했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유모차 평균 가격은 40만~60만원대.이 회사 문상준 팀장은 "작년에 1만8000여대를 판매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1만5000대를 넘어섰다"며 "올해 목표는 이미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친환경 유기농 유아용품 회사 '리틀미 오가닉'은 최근 압구정동에 가게를 열었다. 회사측은 7만5000원짜리 유기농 기저귀 등 친환경 제품들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분유 시장도 명품화가 뚜렷하다. 저가 분유가 줄어들고 중·고가 분유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일동후디스의 산양분유는 800g짜리 캔 하나에 3만8600원으로 보통 분유의 4배다. 회사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전체 분유 시장은 줄어들지만 산양분유는 매년 매출이 10%씩 증가하고 있다"며 "고급 유아용품 시장은 불황을 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