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보상금이 개발 예정지 주변 땅값을 밀어올리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채권보상 방식의 실효성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보상금을 현금 대신 채권으로 지급하면 시중에 풀리는 대토(代土) 자금이 그만큼 줄어 땅값 불안을 막을 수 있는 만큼 채권 보상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 어지고 있다. 하지만 토지보상 제도를 관장하고 있는 건설교통부는 채권 보상안이 땅 주인들의 재산권을 더욱 제한할 뿐 실익(實益)은 별로 없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금도 부재 지주(不在地主)나 3000만원 이상 보상받는 땅 주인에게는 현금 대신 채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 채권 금리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3.7~3.8%)을 기준으로 6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된다. 원금은 3년 뒤 일시 상환된다. 하지만 채권 시장에서 보상 채권을 할인하면 지급액의 97~98%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1억원짜리 채권을 할인하면 9700만~9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금으로 받을 때와 2~3%밖에 차이 나지 않는 데다 땅 주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셈이다. 이자율을 높여 땅 주인들이 채권을 현금화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지만 자칫 땅값보다 더 많은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다. 그렇다고 채권 할인 자체를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볼 때 현금 보상이 원칙인 데다 채권으로 주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며 "금융 시장에서 부동 자금을 일부 흡수하는 효과 외에 별다른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보상 방안이 사실상의 사후(事後) 보상이라는 점에서 정당 보상의 원칙에 위배되는 만큼 위헌 소지마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당 보상이란 보상금을 가장 환금성이 높은 수단으로 지급하는 것은 물론 보상 가격이나 시기 등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각종 개발 사업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보상 원칙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묘안을 찾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