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커뮤니티의 힘‥정만원 < SK네트웍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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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원 < SK네트웍스 대표 mwjung@sknetworks.com >
대학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래 지금껏 1개월 보름의 틈이 있었다.
1994년 5월,16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그해 7월 민간기업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까지의 기간이다.
사실 94년 5월부터 6월 말까지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기간이었다.
막연히 취업을 알아보며 불안과 기대감 속에서 퇴직금으로 몇 달을 버틸 수 있나 계산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런 내게 갑자기 주어진 많은 시간은 부담이었다.
직장을 그만둔 다음날 아침 아들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순간 늦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들이 깨기 전에 일어나 산으로 가야 했다.
집에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악산을 오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매일 같은 시간에,같은 사람들이,동일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말 한마디 나누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어차피 보내야 할 시간이라면 함께하는 것이 나은 것 아니겠는가?
턱걸이,팔굽혀펴기 등 1등에게는 집에서 가져간 사탕과 초콜릿을 상품으로 걸었다.
보잘것 없는 상품이었지만 점차 그들의 눈에는 생기가 돌았다.
목표가 생기고 관심과 응원이 덧붙여지자 신바람이 났던 것이다.
멀찍이 지켜보던 사람들도 흥미를 갖고 다가와 회원이 점차 늘어났다.
모임을 위한 조직과 규칙도 생겼다.
콘텐츠와 멤버,그들을 이끌어나가는 시솝까지,소위 커뮤니티 형성 요건이 충족된 것이다.
모임이 끝나면 모두 아쉬워하며 내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우리의 모임은 무료했던 일상에 작은 활력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비슷한 취미와 관심을 지닌 사람끼리 모여있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
동질의 유대감을 통해 삶의 만족과 활력을 얻는 것,이것이 바로 커뮤니티의 힘이다.
최근에는 싸이월드 등 인터넷에 기반을 둔 온라인 커뮤니티의 물결이 거세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시공을 초월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는 근본적으로 사람 간의 모임이다.
오프라인으로 연결돼 서로의 끈끈한 정을 나눌 때보다 생명력 있는 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취미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자.가슴을 탁 열고 그들과 소통하며 삶의 활력과 재미를 만끽해 보자.홀로 살아가기에 우리의 생은 너무나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