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ㆍ중ㆍ고교 방과후엔 학원식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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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방과 후 학교' 시행안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검토하도록 지시한 '방과 후 교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방과 후 학교 개설방안'을 시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해석,마련한 것이다.
사교육 업체가 학교에 입주,학원과 똑같은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번 결정은 영세한 동네학원에는 '재앙',대형 교육기업에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국적으로 정규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이 과학교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특기적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과 후 교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누구라도 영어 수학 등의 정규 과목은 가르칠 수 없으며 기업의 참여도 '컴퓨터 교실' 한 과목으로 제한돼 있는 형편이다.
◆교육기업 1조원 신시장을 잡아라=저렴한 '학교 안 학원'이 활성화될 경우 교육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동네 학원'의 상당수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경쟁력에서 일반학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규모가 큰 교육부문 대기업들은 이번 조치를 오히려 호재로 평가하고 있다.
방과 후 학교는 야간시간대와 방학기간 등 교사가 모두 퇴근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학교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곳에 프로그램을 위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대교 웅진씽크빅 에듀박스 등 민간기업 참여사업인 '방과 후 컴퓨터교실'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벌써부터 영업에 들어간 곳도 있다.
웅진씽크빅 학교영업팀 관계자는 "방과 후 학교 제도가 검토되기 시작한 연초부터 학교 영업에 집중,12개 학교로부터 제도가 허용되면 영어과목 강의를 맡기겠다는 응답을 들었다"며 "'잉글리시 스타'라는 학교 내 영어교육 브랜드를 만들어 현재 130억원 선인 학교 사업부문 매출을 2006년 1000억원,2008년 28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이 분명한 지침을 내릴 경우 지방 시·도교육청의 상당수도 일반 업체들의 방과 후 학교 참여를 허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교육비 절반으로 뚝=방과 후 학교 제도의 시행으로 기대되는 가장 큰 효과는 사교육비 절감.시교육청이 모델로 삼고 있는 방과 후 학교 시범학교인 서울 관악구 강감찬학교(인헌중학교 내 개설)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경우 사교육비가 평균 5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학원시설 유지비만큼을 수강료에서 인하하기 때문이다.
'학교 안 학원'은 보육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다.
수업이 끝난 후 맞벌이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갈 곳이 없었던 아이들을 학교에서 돌볼 수 있어서다.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방과 후 학교가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보육의 장'이 되려면 토요일이나 방학에도 프로그램이 끊기지 않고 운영돼야 한다"며 "일선학교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관을 선정해 수업을 위탁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학교가 운영주체가 되면서 과목별로 교육기업 혹은 개인자격의 강사와 계약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다.
하지만 방과 후 학교는 방학기간,야간 등 교사들이 출근하지 않는 시간에 운영되는 탓에 운영인력을 학교에 배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교육부는 이 같은 이유로 학교의 운영권 전체를 비영리 단체에 위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고민은 비영리단체 중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할 만한 역량을 갖춘 곳이 없다는 것.만약 전체 운영을 사교육 업체에 위탁할 경우 학생들의 안전문제,교사들의 반발 등이 예상된다.
일부 부유한 지역의 사립고등학교들이 이 제도를 악용,소수를 위한 고가의 과외수업을 유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교육기회 불평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