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할 곳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 중 가끔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신문사에 전해오는 이들도 있다. 올해 만 62세인 송선림씨.최근 정부가 국민연금 조기노령연금 수급을 제한하는 근로소득 기준을 현재 45만원에서 200만원 안팎으로 높일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간 직후다. 송씨는 조기노령연금 80만원을 미리 탄 '죄'로 1000만원 이상을 손해보게 된 사연을 1시간 동안 하소연했다. 제약회사에 다니다 98년 조기퇴직한 송씨는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버는 돈이 없으면 연금을 앞당겨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앞당겨 받는 대신 액수는 적어졌지만 한푼이 아쉽던 송씨는 고마운 마음으로 월 20만원 정도의 연금을 미리 타기로 했다. 4개월가량 연금을 받던 송씨는 우연히 65세 이상까지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았다. 월급은 월 125만원.그런데 연금이 중단됐다. 근로소득이 월 45만원이 넘으면 조기노령연금이 중지된다는 법 때문이다. 더 놀란 것은 계속 돈을 벌면 보통 연금을 타는 60세가 아닌 65세까지 연금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미리 연금을 탄 사람에겐 일종의 '패널티'가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80만원을 탄 대가로 백수로 지냈다면,또는 남들처럼 60세부터 연금을 타기 시작했다면 60세부터 5년 동안 받았을 1200만원이 고스란히 날아간 셈이다. 송씨는 부당성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이런 불합리는 조기노령연금의 문제만이 아니다. 60세부터 받는 일반 노령연금도 일을 해서 45만원 이상 근로소득이 있거나 돈을 벌건 안벌건 사업자 등록증이 있으면 연금이 깎인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고령자 취업을 장려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취업을 하면 불이익을 주는 두 얼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부당함을 인식하고는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소득이 있으면 연금을 제한하는 취지가 옳더라도 그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낮은 게 사실"이라며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현실에 맞게 고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 넘어간 국민연금법은 3년째 표류중이다. 국민연금법이 허공만 맴도는 동안 송씨처럼 억울한 가입자들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혜수 경제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