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아이들의 기아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탤런트 김혜자씨의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많은 독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몇 년째 계속되는 가뭄으로 먹을 게 없어 바람빠진 풍선처럼 늘어진 엄마의 텅빈 젖을 비틀어 빠는 아이들.결국 죽고 마는 아이들." 그녀는 녹화를 하다가도 굶주림에 지쳐 울지도 못하던 아이들이 떠올라,내가 이 곳에 편안히 있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명배우였던 오드리 헵번은 아프리카 어린이를 돌보는 일로 말년을 보냈다. 세계아동기구(UNICEF)의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눈물겹도록 가난에 찌든 아이들의 구호에 앞장선 것이다. "우리가 정말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을 만난 것은 '로마의 휴일'에서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였습니다"라는 찬사 뒤에는 그녀의 헌신적인 봉사가 진하게 깔려 있다. 허기진 배를 물로 채우고 멀거니 허공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눈물이 모자랄 지경이었다고 말하던 헵번이었다. 이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세계는 하나(We are the World)'라는 슬로건 아래 유명 연예인들이 나서 수천만달러를 모으는가 하면,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인간띠를 형성해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유엔을 비롯한 수많은 자선단체와 민간단체들이 아프리카 기아문제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식량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외신보도를 보면 무려 3000만명이 아사 직전이라고 한다. 긴급구호를 해야 할 나라만도 14개국이 넘는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지독한 가뭄과 메뚜기떼의 습격이 주범이라고는 하지만 부족 간 갈등과 종교적인 마찰도 적잖은 모양이다. 인도주의자들은 아프리카의 식량부족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는데도 국제사회가 손을 놓고 있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어쨌든 서구 국가들은 음식물이 남아돌고 있는데 지구 한편에선 굶어 죽는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의 헐벗은 모습이 더욱 눈에 밟힌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