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지만 자가용 운전자들의 '체감 기름값'은 국제유가 상승폭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선 연일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고 하지만,일선 주유소에선 "조금밖에 안 올랐잖아"라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실제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연초 배럴당 34.86달러에서 지난 12일 57.97달러로 65%나 뛰었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연초 ℓ당 전국 평균 1335.20원에서 8월 둘째주 현재 1449.20원으로 8.5% 오른 데 그쳤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2003년 11월 1300원대에 진입한 이후 20개월 가까이 ℓ당 1300∼1500원 수준에서 움직여 그새 국제유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이처럼 국제유가 급등에 대한 국내 체감도가 낮은 이유는 우선 독특한 세금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달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449.20원이지만 공장도가격은 521.99원으로 36%에 불과하다. 세금이 870.21원으로 60%에 이른다. 세금은 또 대부분이 종량세여서 국제유가 동향에 관계 없이 변동이 없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정된 교통세가 535원 △교통세의 15%인 교육세가 80.25원 △교통세의 24%인 주행세가 128.40원 △공장도가격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합산액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가 126.56원 등이다. 휘발유 가격구조가 이렇다 보니 국제유가가 10% 올라 공장도가격에 전부 반영되더라도 최종 소비자가격은 4%밖에 오르지 않는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류세가 종량세여서 유가가 오를 때는 세금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10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크게 낮아진 것(원화가치 상승)도 국내 휘발유값을 상대적으로 덜 오르게 만들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초 1150원 수준에서 최근 1010원 수준으로 12% 이상 하락해 국제유가 상승분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 이 밖에 정유업체 간 경쟁 격화로 세전 공장도가격을 국제유가 상승률만큼 높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란 점도 고유가 체감지수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거나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설 경우 고유가 체감도가 급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