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급등세를 보임에 따라 향후 유가 동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오를지에 대해서는 기관별로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유가가 테러 같은 추가 악재가 없어도 조만간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유업체들이 저 등급유 정제를 꺼리고 있으며 중동지역 정세도 불안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투기세력들이 추가 상승에 베팅하면서 선물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올 들어 원유 선물시장에 새롭게 유입된 자금은 220억달러에 달하고,특히 6월 말부터 현재까지 순유입금은 80억달러나 될 정도로 투기세력이 선물투자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원유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골드만삭스는 더 과감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105달러까지 폭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원유분석가인 아전 머티는 "국제 원유 가격이 폭등 주기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수년 내 배럴당 55∼105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의 강한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지난 70년대 오일쇼크 때와 같은 가격 폭등이 있고 난 후에야 소비가 줄고 생산능력에도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관측했다. 산유국의 추가 생산여력 고갈,주요 소비국의 정유능력 부족도 유가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유가가 배럴당 16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가에너지정책위원회(NCEP)와 미국미래에너지확보(SAFE)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폭력사태로 석유 통제권 및 증산 능력이 상실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60달러까지 치솟는 석유파동이 올 수 있고,이런 위기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냈다. 이들 기관의 가상 실험 결과 유가가 120달러까지 뛰면 현재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꺾이면서 최대 20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다. 전략비축유를 사용할 수 있지만 원유시장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켜 가격 급등만 부추길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유가가 거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엔디 시에는 세계경제 둔화와 대체 에너지 증가로 올해 4분기가 되면 유가가 폭락해 2∼3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디 시에는 '블랙홀'처럼 원유를 빨아들이던 중국의 원유 수입이 올 들어 5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고,미국의 원유재고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유가가 급등한 것은 원유 거래자들의 과도한 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천연가스나 석탄 등 원유 대체 에너지 개발이 촉진되고 있는 것도 유가를 안정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