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가 동북아 석유물류 중심지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석유공사는 18일 충남 서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비축기지 완공식을 가졌다. 서산기지의 비축 용량은 원유 1100만배럴,제품 360만배럴 등 모두 1460만배럴에 이른다. 이 기지의 완공으로 한국은 모두 1억1600만배럴의 석유비축 시설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는 모두 7300만배럴.남는 비축공간을 활용,한국을 동북아지역 석유물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게 석유공사의 구상이다. 따라서 이번 서산기지 완공은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비축 사업은 일반적으로 산유국들이 갖고 있는 석유를 비축해줌으로써 사용료 수입을 올리고 비상시에는 우선구매권을 확보함으로써 석유안보의 일익을 담당할 수도 있다. 동북아지역의 하루 석유소비량이 1500만배럴이 넘는 세계 석유수요의 19%를 차지할 정도로 물동량이 많은 지역이다. 세계 석유소비 2위인 중국,3위인 일본,7위인 한국,19위인 대만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물동량에 한국 대부분의 항만은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비축사업을 통한 석유 물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석유공사의 판단이다. 중국은 이런 항만이 5개에 불과하다는 점도 한국이 대량의 석유를 유치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 주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 99년부터 국제공동비축사업을 개시해 노르웨이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는 물론 국제적인 석유거래상들의 원유 및 제품을 비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99년부터 지난 4월까지 국제공동비축사업을 통해 입출하된 물량은 약 1억5000만배럴에 이른다. 지금은 알제리 국영회사와 마무리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의 석유회사 및 대형 거래상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억수 석유공사 사장은 "비축의 개념이 과거 비상시 사용할 원유를 저장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대규모 물류사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물류사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한국을 석유 현물시장으로 만드는 게 공사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이 같은 비축사업을 통한 석유물류의 중심지로 발전하는 목표뿐 아니라 올해를 해외거점 확보의 해로 삼고 안정적인 석유자원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핵심은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공급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 서캄차카 대륙부의 광구를 러시아 국영사와 공동 개발키로 합의,탐사 단계에 착수했으며 사할린 3광구 탐사권 확보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또 카자흐스탄 잠불광구의 탐사광구를 확보했으며 올해 11월에는 나이지리아 베냉해상 광구 시추작업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서아프리카의 거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