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부동산 이야기] (7) 집 한채로 은행돈 3重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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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2004년 부동산 금융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 리스크를 경고했다.
거품이 꺼져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은행 돈으로 집을 산 뒤 임대해 온 투자자들의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는 데다 은행담보용 부동산 가치도 하락해 금융권 부실채권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돈에 의존해 온 부동산 개발업자의 수익성 악화도 금융리스크를 부추기는 주 요인으로 지적됐다.
중국에서 개인의 부동산 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1.7%를 차지하고,부동산개발 기업의 자금 중 70%는 은행 돈이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꺾였는데도 올해 부동산 대출은 작년보다 20% 증가한 3조1000억위안(약 387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리스크 경고음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중국 부동산시장의 외형 자체보다 부동산시장의 왜곡된 금융시스템에 있다고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실제 개인 부동산 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놓고 보면 중국은 유럽연합(EU)의 39%나 영국의 60%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좇다 보면 중국의 부동산 금융리스크가 안고 있는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사업자가 부동산 개발 계획서를 들고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는다.
이어 시공업자가 같은 부동산 프로젝트 건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마지막으론 이 부동산을 매입할 개인이 필요한 자금의 70~80%를 은행 돈으로 충당한다.
한 개 부동산에 3중으로 은행 돈이 몰리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개발기업의 사기대출도 만연해 있다.
친인척 명의를 도용해 주택 구매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를 근거로 은행들로부터 주택구매자 지원용 자금을 대출받는 사기행위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인민은행은 이 같은 유형의 사기대출이 개인 부동산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의 80%를 차지한다고 지적한다.
가격 폭등에 부동산 금융시스템의 왜곡이 이렇다 보니 중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