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기업가 정신' 무장시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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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
우리 경제는 2002년 8월 이후 계속 하락 국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때에는 잠깐 반짝하는 듯하다가는 바로 또 추세적 하락 행진을 계속한다.
이런 우리 경제의 흐름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단순한 경기 순환 현상으로 보는 해석도 있으나 최근 들어 일본식 장기 불황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나아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본격적으로 노출되는 과정으로 보고 구조적 대응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이 현상에 대한 해석 여하에 관계없이 이 모든 문제의 핵심에는 기업의 투자부진이 있다.
경제의 하락 국면과 설비투자의 증가율 추세치가 둔화되는 것이 거의 같은 궤를 그리고 있다.
즉 2001년부터 작년까지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0.3%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약 70조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구조 하에서도 투자를 하지 않는 이 현상은 우리 경제 최대의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투자 부진 현상의 원인에 대해 경제계는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 하고 정부는 기업의 수익 모델의 부재가 주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한창이다.
양쪽 다 일면의 진리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쟁으로는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유효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 당시 부정축재자로 지탄받던 대기업들을 경제개발의 주역으로 변신토록 유도했다.
그는 기업들을 그 시대 상황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업들은 낮밤 가리지 않고 뛰었다.
이 바탕 위에서 오늘의 한국경제는 이뤄졌다.
물론 그 기업들 스스로도 대부분 소위 재벌로 성장해 그 과실을 누렸다.
박 대통령은 오늘날 의미에서 시장주의자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시장경제의 핵심적 주체인 기업의 생리, 특히 기업의 이윤 동기를 깊이 이해했고 이를 인정하고 고무하는 바탕 위에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 시대에 요구되는 기업가 정신, 소위 'Global Entrepreneurship'은 박 대통령 시대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도전적이다.
지식기반경제와 무한경쟁의 글로벌 경제구조, 특히 IMF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구조적, 질적 변화를 전제로 해야 되기 때문이다.
또 그 때와는 달리 오늘날 기업가 정신은 기본적으로 기업 스스로의 몫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를 비롯한 우리 국가 사회 전체가 진정 기업이 투자하기를 원한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기업들이 이런 'Global Entrepreneurship'으로 무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발휘하는 데 있어서 기업 환경과 경제운용 방식 등 경제시스템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의 유지 관리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몫이다. 대외 환경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경제 환경을 만들고 시장 원리가 경제의 각 부문에 작동하도록 하고 경제와 비경제부문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일 것이다.
나아가 국가 사회 전체를 혁신과 창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거대한 교육과 학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기업들이 원하건 원치 않건 그들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내모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 기업의 추가적인 국제화 과제가 제기된다.
우리 경제의 장래나 당면 문제인 투자부진의 해결책은 우리 기업을 어떻게 하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Global Entrepreneurship'으로 다시 무장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찾아야 한다.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