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의 퇴진과 후임 인선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초·중반기 '실용주의 노선'이 어떤 길로 갈 것인가를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총장에서 지난해 2월 비서실장에 기용된 김 실장은 그동안 보수와 진보,종교계와 재계,기득권층과 시민사회 그룹을 두루 접촉하면서 실용주의 행보를 유지해왔다. 특히 노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수·안정 계층을 폭넓게 만나면서 '노무현식 실용 개혁안'을 전파해왔다. 그는 정부에 매우 비판적인 보수 언론의 사주들을 비롯해 전경련 회장단,보수 종교계 리더들을 만나왔다. 김 실장의 퇴진 시점도 향후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과 관련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한 이후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X파일'사건이 불거졌고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 변경과 과거 국가권력에 대한 시효문제를 공식 제기한 시점이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정치의 한가운데로 들어서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대형 정치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실용주의 참모의 상징처럼 비쳐진 김 실장이 물러난 것이다. 후임 인선과 관련,김만수 대변인이 "정무에 밝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청와대 안에) 있다"며 '노심'의 일단을 설명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정치를 주도해나갈 비서실장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김병준 정책실장,문재인 민정수석이 일차적으로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김 정책실장은 후임 인선 때까지 김우식 실장이 주재해온 주요회의를 챙기는 등 한시적으로 '비서실장 대행'역을 하게 됐다. 다만 문 수석은 노 대통령이 퇴임 직전에 쓸 마무리 '구원투수'감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무적 기능이 강조됨에 따라 현역 정치인 중에서 기용될 것이라는 시각도 설득력을 갖는다. 한나라당과 대연정이나 민노·민주당 등과 정책적 연대를 은근히 추진하려면 국회와 정당 경험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논리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