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출근 밤 11시 퇴근,점심은 샌드위치로,주말 출근은 예사.' 30~40대의 고달픈 샐러리맨이 아니라 은행장들이 보내는 일상(日常)의 단면이다. 큰 것만 챙기던 예전과 달리 은행 CEO(최고경영자)들이 '실무형'으로 바뀌면서 업무 및 생활 스타일에 변화가 일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필 메리디스 제일은행장은 안팎에서 '워커홀릭(Workaholic:일중독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옛 서울은행장 시절 '세븐-일레븐(7시 출근-11시 퇴근)'이란 별명을 얻었던 강 행장은 요즘에도 오후 11시까지 사무실을 지키는 게 예사다. 외부 약속이 있는 경우엔 저녁식사 후 다시 은행으로 와서 일을 챙긴다.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할 때도 많다. 올해 44세(62년생)인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전형적인 실무형 CEO로 꼽힌다. 오전 8시에 임원회의를 주재하며 오후 10시가 넘어야 퇴근할 정도로 일벌레다. 휴일 출근도 예삿일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행장이 젊어서 그런지 패기가 넘치며 일 욕심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취임한 필 메리디스 제일은행장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9시 퇴근할 때까지 온종일 '서류와의 전쟁'을 치른다. 비서팀 관계자는 "가급적 외부약속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며 점심을 샌드위치로 해결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메리디스 행장은 특히 경영지표와 관련된 숫자를 실무 책임자들보다 훤히 꿰뚫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과거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은행을 이끌었던 스타형 CEO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관리형·실무형 CEO가 새로운 흐름으로 정착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