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수입 단가가 치솟고 있으나 수출 단가는 제자리 걸음을 한 탓에 지난 2·4분기 중 교역 조건이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교역조건 악화는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는 물론 개인들의 구매력 저하를 유발해 향후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05년 2분기 중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에 따르면 순상품 교역조건지수(2000년=100)는 79.6으로 전분기에 비해 2.7% 하락,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선 7.8%나 하락했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수출단가 지수를 수입단가 지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한 수치로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뜻한다. 지수가 낮을수록 동일한 수출 금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게 된다. 순상품 교역조건이 이처럼 나빠진 것은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면서 수입단가 지수가 116.8로 전분기보다 2.7% 상승한 반면 수출단가 지수는 전분기와 동일한 93.0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수입 단가 중 자본재와 소비재는 내렸으나 원유 철강재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은 올랐다. 수출 단가의 경우 석유 철강제품 등은 올랐으나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전기·전자와 승용차 등은 전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총 수출 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 지수는 수출 물량이 늘어났지만 순상품 교역조건지수가 하락함에 따라 작년 동기에 비해 2.0% 하락한 138.7을 나타냈다. 국제 유가는 앞으로도 당분간 고공 행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교역 조건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올 하반기 내수 중심의 경기회복 시나리오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역 조건이 악화되면 실질 무역손실이 발생해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밑돌게 된다. 올 상반기 중 GDP 증가율은 3.0%를 기록했으나 GDI 증가율이 0.4%에 그친 것도 교역조건 악화 때문이다. GDI 증가율 둔화는 국민들의 실질 소득 증가율 둔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결국 가계의 구매력 저하와 체감경기 악화로 이어진다. 이상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2003년 4분기 이후 교역 조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수출품을 고부가가치화하는 한편 에너지 자원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등의 대책을 통해 교역 조건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