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뒷걸음질치는 상장기업 경영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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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들의 올 상반기 경영실적이 그야말로 최악의 모습이다.
수출이 그런대로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은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였지만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거래소시장에 상장된 532개사의 반기 순이익이 11.63% 줄었고,코스닥 기업들의 순익은 무려 22.7% 감소했다.
한마디로 속빈 강정같은 실속없는 경영실적이고 보면 실망스럽기만 하다.
더욱 우려할 일은 핵심 수출산업인 정보통신(IT) 부문마저 뚜렷한 성장둔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IT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반기 순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정보통신업체들로 구성된 전기전자업종의 순익이 작년 동기보다 62.4% 급감했다.
코스닥기업 중 일반기업의 평균 순익감소폭이 7.5%인데 비해 벤처기업의 경우 그 비율이 49%에 달한다는 점도 상황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잘 말해준다.
물론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와 환율불안이 이처럼 기업들의 채산성(採算性) 악화로 그대로 이어졌다고 볼수 있다.
2ㆍ4분기를 경기바닥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 어느 정도의 실적악화는 예상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제 발표된 실적은 예상보다도 훨씬 나빠진 것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을 주고 있다.
어제 증권시장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도 그 같은 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은행들이 올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내는 등 금융업이 300%를 훨씬 웃도는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그것도 그렇게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영업을 잘했다기보다는 그동안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자산 감소로 수년간 누적돼온 대손상각비용이 줄어든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인데 지금같은 대내외 경제여건을 보면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고 있는 유가나 중국의 위완화 추가절상 가능성 등 대외 경제여건이 우리에게 불리한 탓이다.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등 경기회복세가 주춤하고 있고,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 3월을 고점으로 연 4개월째 하락하면서 내수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낙관론만 되뇌고 있다.
무슨 근거인지 묻고 싶다.
상반기 기업실적은 우리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기는커녕 위기적 상황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