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들이 현행 공시제도를 교묘히 악용한 늑장 공시를 내놔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회사매각이나 지분출자 등 중대사안에 대해서도 "진행 중인 사안이 없다"고 발뺌했다가 20일도 안돼 이를 번복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M&A(인수합병)나 지분출자 등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련 공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름 후에 뒤집으면 괜찮다(?) MSA미디어는 지난 7월23일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주가급등에 따른 조회공시 요구를 받고 "주가에 영향을 미칠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18일 후인 지난 10일 엠텍반도체에 인수됐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초에도 "최대주주가 지분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가 7월 초에는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내용을 뒤집었다. 회사 매각이라는 중대사안에 대한 공시가 18일 만에 번복됐지만 현행 규정상 MSA미디어는 공시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 코스닥 공시규정에 따르면 주가·거래량 급변과 관련해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조회공시를 한 후 15일 이내에 상반되는 내용을 결정했을 경우에만 공시번복으로 간주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 이런 규정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조회공시 요청을 받고도 관련 내용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시스네트도 지난 5월19일 주가급등에 따른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주가급등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가,18일이 지난 6월7일 미국 바이오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공시를 내놔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튜브미디어도 지난 6월 중순 주가가 급등해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으나,6월21일 "주가급등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20여일이 지난 7월13일에 최대주주가 바뀌었다고 공시했으며 이후 주가도 급등세를 탔다. ◆선의의 투자자들만 피해 회사의 매각이나 유망사업에 대한 지분출자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 들어 피인수된 업체나 바이오 업체 등에 지분 출자한 기업들은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그러나 관련 내용을 공시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공시내용만 믿고 있다가 낭패 보기 십상이다. 이에 대해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주가급등과 관련한 조회공시 내용의 유효기간은 30일이었으나 지난해 10월부터 기업 경영활동의 제약을 풀어준다는 취지에서 15일로 단축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제도를 악용해 경영층이나 내부자들이 부당이득을 챙겼다면 시장감시본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