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70% 날리더라도 … 눈물의 보험해약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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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자금 등 급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낸 보험료의 60~70% 손실을 감수하고 보험계약을 만기 전에 해약하는 사람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금융상품 중 '가장 마지막에 깨는 것'으로 알려진 보험마저 해약할 정도로 생계 유지에 급급해진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18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04회계연도(2004년 4월~2005년 3월)에 국내 23개 생명보험사에서 해약되거나 보험료를 제때 못내 효력을 잃은 해약·효력상실 보험계약 건수가 988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로 인해 보험 해약이 폭주했던 1998년도(959만건)보다도 많은 규모다.
해약·효력상실 계약 건수는 2000년도에 588만건으로 줄었다가 2001년도 604만건,2002년도 611만건,2003년도 785만건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해약 건수는 505만건,효력상실 건수는 483만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20.2%와 32.5% 증가했다.
해약 건수가 급증한 것과 달리 해약 환급금은 13조원으로 0.1%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건당 환급금이 257만원으로 전년(309만원)보다 크게 낮았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해약 건수에 비해 환급금이 매우 적게 증가한 것은 매달 소액의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가 해약을 많이 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민이 주로 가입하는 소액 보험의 해약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보험 해약 증가에 대해 금감원은 현재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경우 보험료 납부를 일시 미뤘다가 형편이 나아질 때 '보험 부활청구'를 해 보험계약을 다시 유지하는 제도를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도 "보험은 해약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가급적 깨지 않는 것이 좋다"며 "보장성 상품의 경우 가입 2~3년 안에 해약하면 납입보험료의 30~40%밖에 손에 쥐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