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 변신] 공무원 접고 건설ㆍ민박 '투잡스' 김동학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무원을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한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다들 펄쩍 뛰었습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황 속에서 사업을 해오던 사람들도 줄줄이 포기하는 판국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된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니…."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한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안흥외항에서 민박과 낚싯배 대여업을 하고 있는 김동학씨(48). 그는 토목 계통의 단종 건설업도 겸하고 있는 '투잡스족'이다.
김씨는 5년 전까지는 인천시청 감사관실의 베테랑 감사 담당으로 잘 나가는 공무원이었다.
그랬던 그가 공무원 사무관 자리를 그만둔다고 하니 고향 당진의 부모님이 충격으로 몸져 누우실 정도로 주변 친지들의 만류가 극심했다. 직장상사들도 번갈아 술자리를 마련해 가면서 김씨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
퇴직 당시 상사였던 임종수 옹진군 부군수는 "기획 분석력 하나는 알아주는 촉망받는 일꾼이었기 때문에 사표를 한 달이나 수리하지 않고 말렸지만 '후반기 인생을 새로 설계하고 싶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여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임 부군수는 "평소 워낙 성실하고 일처리가 꼼꼼해 사업을 해도 꼭 성공하리라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상시 구조조정 시대에 일자리 불안이 갈수록 극심해지면서 신세대들 사이에 삼성 입사보다 인기가 높다는 공무원. 김씨가 그런 인기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인생 전반기를 공무원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서 보내고 나니 후반기까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공무원 박봉으로 자녀 교육비 등 생활비 감당이 힘겨웠던 것도 사표를 낸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김씨의 주수입은 건설업이지만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민박업을 내세운다."청정해안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생활하면서 외지에서 오시는 손님들에게 서비스하는 게 훨씬 재미있고 보람 있습니다."
김씨는 퇴직 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안흥항구로 낚시를 갔다가 마침 마음에 드는 땅이 있어 퇴직금으로 평당 50만원에 160평을 사뒀다. '좋아하는 바다낚시를 마음껏 즐기려면 바닷가에 집 한 채 지을 땅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마련한 땅이 사업 밑천이 됐다.
퇴직 후 김씨가 시작한 일은 단종 건설업. 퇴직금 1억2000만원과 융자 8000만원을 얻어 마련한 종자돈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퇴직 1년여 전부터 건설업을 염두에 두고 나름대로 시장조사를 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토목 관련 업무를 많이 다룬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퇴직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30년간 피운 담배까지 끊은 김씨는 창업 5년 만에 나름대로 기반을 다졌다. "공무원 생활 때보다 수입이 3배 정도 늘어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것이 제일 큰 변화지만 하고 싶은 일을 직접 하는 데 대한 자부심도 경제적인 만족 못지 않게 큽니다."
공무원 시절에도 나름대로 겸손한 생활 태도를 몸에 익혔다고 자부했던 김씨였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민간인 신분으로 공무원을 대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건설업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2002년 5월 안흥에 방 12개짜리 민박집을 짓고 낚싯배를 한 척 마련해 숙박을 겸한 낚싯배 대여업에 나섰다.
"돈을 더 벌려고 한 것은 아니고요. 은퇴하면 바다낚시를 하면서 여생을 보낼 준비도 미리 하고…. 마누라도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요."
이곳은 연포 해수욕장과 갈음이 해수욕장에서 가깝고 바닷물이 동해처럼 맑고 깨끗한 데다 고등어 삼치 우럭 광어 농어 등 어종도 풍부해 바다낚시꾼들이 줄을 선다.
주중에는 부인 고청숙씨(46)가 민박을 관리한다. 김씨는 주중에는 인천에서 건설일을 하고 주말에 안흥으로 내려가 부인 일손을 돕는다. "당초에는 주말이면 안흥에 가서 하고 싶은 낚시나 실컷 하면서 쉴 생각이었습니만 주5일 근무제 영향 등으로 손님이 몰려 주말에 더 바빠졌습니다." 김씨는 공무원보다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느긋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태안=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
[ 창업을 꿈꾸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
퇴직 후 도전하려는 사업 아이템이 결정되면 철저히 시장조사를 해야 합니다. 경험자의 말을 귀담아 듣는 정도로는 안 됩니다. 현장조사를 해야 하고 무급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체험 기회를 가지면 좋습니다. 평소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도 수익성이 어느 정도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결론이 나오면 과감하게 사업 아이템을 바꿔야 합니다. 공무원 시절의 권위와 체면은 완전히 버려야 성공합니다.
저는 퇴직 전에 단종 건설업을 하겠다고 작심한 다음부터 1년 이상 시장조사를 했습니다. 구청과 동사무소,사업소 등의 건축 현황을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기업인들은 공무원을 그만두고 나가면 선배로 모셔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평소 친절하게 대하고 행정 서비스를 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사업을 하면 실패합니다. 후배들이 한 번쯤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실력과 성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공직을 떠나겠다면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왕성하게 일을 할 수 있는 40대 초반이 적기라고 봅니다. 민간인 신분이 되면 생활을 절제하고 건강을 챙겨야 합니다. 사업은 곧 사람 접대인데 전날 과음으로 인해 흐트러진 자세로 이튿날 고객을 만나는 것은 실례일 뿐더러 사업에 지장을 초래합니다./김동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