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예술, 과학, 디자인‥김진 < LG전자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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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 LG전자 상무 jqueen@lge.com >
학생들에게 디자인과 관련된 강의를 종종 하는데 어떤 학생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깊이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이런 경우 "Art is for you,but Design is for the people"(예술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디자인은 대중을 위한 것이다)이란 말을 해주고는 한다.
예술은 작가의 세계를 감성적인 수단으로,지극히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공감하고 싶으면 하고,아니면 그만이지만 디자인은 합리적인 보편성을 바탕으로 사용하기 편리하고 즐겁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술에서 디자인에 이르는 합리성과 논리적 타당성을 계속 확대해 나가면 과학의 영역에 이른다.
모든 개념이 명료하게 증명되고 논리적으로 정리가 돼야 하는 과학은 흔히 예술과 대립적인 개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두 분야 모두 새로운 것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창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또한 예술 분야의 굵직굵직한 사조의 변화에 과학기술의 발전만큼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없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오히려 삐뚤빼뚤 손으로 만든 것 같은 제품을 기계로 만드는 것은 더 힘든 일이 되었고,상대성 이론의 출현과 함께 시간과 공간은 뒤섞일 수 있는 것이 돼버렸으며,모든 것은 측정되고 관찰될 수 있다는 뉴턴역학은 무너졌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현상의 모방이나 재해석을 주요한 모티브로 삼던 예술 분야에 쉽게 해석되지 않거나 다차원적인 시각으로 본 추상성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던 것이다.
20세기 입체파의 거장 피카소가 그린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혼합된 시선과 면의 분할은 고전적인 고정된 관점에서의 미학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해석한 결과였다.
디자인은 과학적인 바탕과 예술적 바탕이 잘 결합돼야 좋은 방향으로 구현될 수 있는 분야다.
기계적인 에어컨에 예술작품의 개념을 넣어 벽면에 명화를 걸어 놓은 듯 얇게 기술적인 구현을 하거나,조그맣고 예쁘게 생긴 휴대폰에서 무선으로 음악을 듣고,길을 안내하며,일정을 관리하고,인터넷으로 표를 예약하고,사진과 비디오를 찍어 친구와 가족에게 e메일로 보내고,게임을 하는 등의 여러 기능이 일목요연하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구현되고 있다.
인간이라는 본질은 같으나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남자와 여자가 만나 자신들의 유전자(DNA)를 가졌지만 전혀 새로운 창조물인 아이를 낳아 인류가 발전해 왔듯이 과학과 예술이 만나 굿 디자인이라는 창조적 산물을 낳고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