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중국 만주 하이청.찬 바람이 살을 에는 한겨울인데도 나비가 날아 다니고 하천 물이 갑자기 두꺼운 얼음장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주민들이 기이한 자연 현상에 놀란 것도 잠시,강진(强震)이 엄습한다는 예보가 뒤따랐다. 24시간 안에 발빠른 대응 조치가 이뤄졌고 덕분에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현대 최첨단 기술로도 예보가 불가능하다'는 지진과 해일.당시의 평범한 기상관측 수준을 생각해 보면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 정확했던 그 예보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인간은 언제쯤 쓰나미 같은 자연 재해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을까. '2020 미래한국'(이주헌 외 지음,한길사)이 답안을 내놨다. 15년 후면 지각 판의 움직임,맨틀(지구 중간층)의 대류 현상을 완벽하게 해석해 지진에 대비할 수 있다고. 전문가 30명이 집필한 이 책의 창조적 상상력은 매우 자유롭다. 그러면서도 콘텐츠는 묵직하며 현실적이다. 2020년 로봇은 '공상에서 일상으로 건너와' 우리의 일부가 되고 질병은 100% 치료되며 생로병사의 비밀까지 푸는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극에 달한다. 일상 환경은 어떨까.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안정된 일자리가 크게 부족해져 매력적인 직업을 찾으려는 '유랑자'가 급증하게 된다. 경력관리 전문가·슬픔 치료사 등이 유망 직업군으로 부상한다. 주문형 출판이 유행하며 모바일 제품은 단순화의 트렌드를 좇는다. 기업경영 역시 슈퍼 서비스 등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야 살아 남는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를 혼란스럽게 했던 무한 루프(Loop) 초공간이 현실화되고 완전한 전자 정부가 구현되며 남·북한은 사실상 통일 단계에 이르게 된다. 400쪽,1만5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