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浙江)성의 작은 도시 이우(義烏).중국에서 '잡화의 소(小)왕국'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저장성은 물론 중국 전역에서 생산된 오밀조밀한 잡동사니 제품들이 한데 모여 세계로 나간다.
거래되는 품목 수는 양말부터 크리스마트 트리 용품까지 어림잡아 10만개가 넘는다.
이쯤되면 잡화에 관한 한 세계의 메카라고 할만하다.
이우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도매시장이다.
도시 골목마다 양말,시곗줄,마스크,액세서리,보온병 등 각종 잡화별 전문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전세계 182개국에서 연간 6만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시내 중심에 있는 국제상무성(國際商務城)은 이우를 대표하는 유통센터다.
연면적 41만평을 넘는 4층짜리 전시장에는 약 1만2000개 상품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사람의 몸에 붙이는 장신구나 실내장식품은 여기에 없으면 세상에 없다고 큰소리칠 정도로 다양하다.
더욱이 도매로 거래가 이뤄져 값도 싸다.
고객들은 전시된 물건을 보고 주문만 하면 된다.
국제상무성 관리위의 왕티에쥔(王鐵軍) 부장은 이우 시장의 인기 비결을 이렇게 설명한다.
"성탄절은 서양인이 만든 서양의 명절입니다.
그러나 성탄절을 꾸미는 크리스마스트리 용품은 이우 사람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 성탄절 장식품의 약 70%가 '이우 유통망'을 타고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시내 중심지 뒷골목에 있는 양말 전문시장.500평은 넘어 보이는 널따란 광장에는 세계 양말을 모두 모아 놓은 듯 어린이양말,스타킹,스포츠 양말 등 온갖 모양과 형형색색의 양말들이 고객을 맞는다.
한 고객이 와서 특정 양말을 골랐다 하면 며칠도 안돼 수백,수천장의 똑같은 제품들이 만들어져 해외 시장에 깔린다.
이우 시장은 상품이 거래되는 장소라기보다 제조업체들의 마케팅 현장인 셈이다.
"남미에 수출할 양말을 고르고 있습니다.
이곳은 수백가지 디자인 중에서 마음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중국제품의 품질이 날로 좋아지고 있어 반품도 거의 없어 장사가 잘 됩니다." 자신을 '이우 단골고객'이라고 소개한 무역 오퍼상인 천량티엔(陳良天)씨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취급되는 품목은 10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정부 관계자는 매출규모를 묻자 "추산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다만 전체 판매의 60~70%가 해외에 수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우시의 전체 수출량은 약 8억7000만달러.대부분이 소상품이다.
이우 시장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그대로 '완전경쟁시장'이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제조업체가 됐든,유통업체가 됐든 누구에게도 진입 장벽은 없다.
발품을 조금 팔면 공급사이드건,수요사이든건 간에 시장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수요·공급이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된다.
"무역상들은 가격이 단돈 1원이 차이나도 거래선을 바꿉니다.
유통상들도 한 푼이라도 싼 제품을 고르기 위해 시장을 훑고 다니지요.
그러다보니 업체들은 바이어를 붙잡아두기 위해 최고 품질,최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합니다."(청메이팡 자이차오 사장)
이우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어지간한 지도에는 표시도 없는 무명 시골이었다.
그런 오지가 오늘날 '소상품 메카'로 우뚝 서게 된 계기가 '우연'에 가깝다는 점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계기는 지난 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 만들어졌다.
당시 이우의 한 업체가 손잡이가 달린 작은 북(小鼓)을 만들어 공급했는 데,'대박'이었다.
이 일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 유통상들이 이 북을 사기 위해 이우로 몰려들었고 다시 한 번 대박을 노리는 새로운 잡화 업체들이 이곳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 전체가 시장이 돼버렸다.
출발은 우연이었지만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이우 지방정부의 치밀한 계획이 주효했다.
이우 정부는 철도와 도로가 사통팔달 연결된 지리적 이점을 활용,시 전체를 유통 전문단지로 조성했다.
지난 2002년 건설된 국제상역무성은 이우 국제화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우는 중국 중소 민영기업이 몰려있는 저장성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저장성 제조업체들이 이우에 판매 거점을 만들기 시작했고,결국 이우는 중국이라는 '세계공장'과 세계 각국의 잡화 쇼핑센터를 잇는 국제 물류단지로 성장했다.
이우 시 정부는 해외 마케팅에서도 '프로급'이다.
매년 가을 국내외 바이어 수천명을 초청,'이우 소상품 축제'를 벌인다.
월마트 까르푸 마크로 등 세계적인 할인매장의 물품조달 관련 고위 책임자들이 모두 이 축제에 모인다.
저장성의 제조업체들은 할인매장 관계자들로부터 세계 소상품 패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할인매장은 중국 소상품제조 정보를 파악해 간다.
이우가 '세계공장'과 '세계 유통메이저'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우 시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우 당국은 밀려드는 외국바이어들을 흡수하기 위해 현재의 국제상무성 옆에 대규모 제2기 유통센터를 건립,오는 10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최첨단 유통센터를 건설,도시 골목골목 흩어져있는 각 소상품별 재래시장을 한 곳에 모은다는 계획이다.
'저장의 오지'인 이우는 고유의 특성을 살린 비즈니스를 발굴해 세계 저가 상품의 유통 허브로 커 가고 있다.
이우=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