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둔 전업주부,불혹을 앞둔 늦깎이,상고 출신.


외국대학 MBA에 박사 출신 지원자들이 수두룩하다는 일반 대기업 채용과정에서는 지원서조차 내밀기 어려운 이력서다.


이런 이력을 가진 취업시장의 '아웃사이더'들이 바늘구멍 같은 은행 취업문을 뚫어 화제다.


열한 살과 다섯 살짜리 두 딸을 둔 전업주부 양미경씨(39),70번이나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71번째 원서 제출 끝에 합격한 이공계 출신 김효영씨(29),직업군인 출신 조기진씨(28),상고 출신의 고나영씨(25) 등이 그 주인공이다.



< 사진 : 학력과 연령의 벽을 깨고 외환은행 공채에 합격한 신입행원들이 서울 을지로 본점 앞에서 손을 한데 모으고 파이팅을 다지고 있다. 왼쪽부터 고나영, 양미경, 조기진, 김효영씨 >


이들은 외환은행이 최근 학력 및 연령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실시한 '개방형 공채'에서 1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학력과 연령의 벽을 깨고 취업의 꿈을 이룬 이들을 만나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은 비결을 들어봤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힘든 관문을 통과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지원했나요.


▲양미경=지난 6월 중순 외환은행 신입행원 채용 공고를 보고 사실 반신반의 했어요.


'지원자격' 항목이 없고 대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변화와 다양성을 수용하고 열정을 지니고 끊임없이 개발하는 사람' 등이 지원 자격으로 소개돼 있더군요.


설마 39살의 전업주부를 뽑아줄까 의심했지요.


그러다 아이들에게 목표에 도전하는 당찬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공채에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특히 열정과 자기계발이란 지원 자격에 끌렸어요.


전업주부지만 그 부분은 자신 있었거든요.


집안일을 하면서도 계속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관심을 기울였고 영어공부도 계속했습니다.


▲김효영=정보가 힘이라는 생각에 꾸준히 취업 정보를 모았어요.


그러다 신문에서 외환은행의 열린 채용 기사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사실 공대 출신이기는 하지만 대학 때부터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경제신문과 관련 서적을 열심히 탐독했습니다.


특히 채용공고가 난 후에는 경제신문과 외환은행 홈페이지를 방문해 새 소식을 얻고 업계 관련 뉴스를 읽는 등 은행권 전반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름대로의 합격 비결이 있다면.


▲고나영=은행인 만큼 금융인으로서의 소양과 금융 관련 지식은 기본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여섯 개의 자격증을 따놓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여상을 졸업한 뒤 증권사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틈틈히 투자상담사와 인보험자격증뿐 아니라 세무,회계,전산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또 경인여대 야간과정을 졸업하는 등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요.


당장 현업에서 자격증을 써먹지 못하더라도 자기계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인재라는 인식은 확실히 심어줄 수 있거든요.


▲조기진=유년기 시절부터 은행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습니다.


물론 몇 차례 실패를 맛봤지요.


이번에는 특히 자기소개서 작성에 신경을 썼어요.


이등병으로 입대해 대위로 전역한 이력을 내세워 조직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온 사람이란 점을 부각시킨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학력과 연령을 불문한 열린 채용인 만큼 면접이 당락을 가르는 요소가 됐을 것 같은데.면접에 대비하는 비법이 있나요.


▲고=어려서부터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면서 서비스업종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면접 때는 금융도 서비스업이라며 스스로 느끼는 서비스 철학을 강조했지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미소로 은행 고객들에게도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나름대로 주장하는 저를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조=저만의 방식인데요.


누가 뭐라고 해도 의욕과 자신감,정직한 모습을 면접관님께 솔직히 알려 드리는 게 필요합니다.


직업군인 출신이라서 그럴까요.


무엇보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하게 보여드린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지요.


▲양=저도 솔직한 답변과 진지한 태도가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김=평소 토론을 즐긴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면접을 앞두고 몇 차례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실전처럼 대답해 보는 연습을 했어요.


면접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게 중요하지만 다른 면접자나 면접관의 얘기를 경청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