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길들이는게 참공부"‥夏安居 해제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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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사람들이 자기한테 속은 줄도 모르고 남한테 속았다고 한다카이."
불교계의 하안거(夏安居) 해제(종료)를 하루 앞둔 18일 저녁 전남 순천 송광사 대웅보전 뒤편의 상사당 미소실(微笑室).해제일 절집 풍경을 보기 위해 찾아간 기자들에게 조계총림 방장 보성 스님(菩成·77)은 이렇게 일갈했다.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을 비롯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僧寶) 종찰로,보성 방장은 이 조계총림의 제일 큰 어른이다.
경북 경주 태생인 보성 방장은 1945년 구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절집 생활만 60년을 넘게 했다.
"사람들이 잔재주만 부리고 노력을 안 하려고 해.보조국사는 '땅에서 넘어진 자,땅을 짚고 일어서라'고 하셨는데 요새 사람들은 땅도 안 짚고 일어날 궁리를 한다카이.그렇게 잔재주 부려서는 큰일 못해요."
스님이 앉은 뒤편의 벽에 걸린 '牧牛家風(목우가풍)'이라는 글귀의 뜻을 묻자 "소를 길들이듯 사람도 자기 코에 코뚜레를 끼워 길들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나를 길들이는 것,이것이 참 공부라는 얘기다.
올해 하안거를 조계총림에서 난 선객은 35명.송광사는 경내에 에어컨은 물론 그 흔한 텔레비전,선풍기도 없다.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아 그야말로 탈속의 세상이다.
보성 방장은 "좋은 수행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평소 수좌들에게 "노력 없이 바라지 말라"고 강조하는 보성 방장은 19일 해제와 함께 길을 나서는 수좌들에게 "몸을 잊고 공부하기를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하라"고 재촉했다.
순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