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사들일 때 가장 많이 따지는 요소는? 각종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와 냉장고는 회사의 신뢰도 내지 평판,의류는 감각과 디자인,휴대폰은 디자인 및 휴대성을 먼저 고려한다고 한다. 구입한 뒤엔 기능과 품질, 사용상의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살 때는 모양과 이미지에 혹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속성에 대해 다비트 보스하르트('소비의 미래'저자)는 "소비가 단순한 구매행위가 아니라 나를 다른 사람과 구분하는 동시에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상품의 종류와 양 모두 과잉인 시대에 소비는 자기 주장의 방법이며 따라서 물건 자체보다 그 속에 담긴 상징과 추상적인 가치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기능이나 가격은 더이상 최상의 무기가 아니다. 컴퓨터의 일반화에도 불구하고 몽블랑 만년필은 여전히 비싼 값에 팔리고 각종 패션 명품의 가격 또한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시대의 진정한 키워드는 그리고(and)이다"라는 말이 있듯 모든 상품은 말로 하기 힘든 뭔가를 지녀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굿 디자인의 조건과 기업의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디자인 경영을 강조한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보고서는 상품이 팔리려면 0.6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며 그러자면 독창성,오감(五感)에 교감(交感)을 더한 육감(六感)의 만족,사용 편의성,기업 정체성을 감안한 디자인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 디자인의 가치는 계량할 수 없다. 그러나 훌륭한 디자인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말로만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제론 한발 앞서 베끼기를 묵인하는 풍토에서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 디자인을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으려면 지식재산권에 대한 대우,외양 외에 내부 구조 및 인간공학을 두루 가르치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상상력은 지식과 별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혼의 대리인'이 될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의 상품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기능 표현 구조 재료 모두 참되고 창의적인 것이어야 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