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사면초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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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사건에도 지휘권을 행사해 나가겠다."(18일,천정배 법무장관) "총장은 지휘가 내려와도 비합리적인 부분까지 승복할 이유는 없다."(19일,김종빈 검찰총장)
그동안 지휘권을 놓고 간간이 힘겨루기를 해온 법무부와 검찰 간 신경전이 최고수뇌부의 최근 발언으로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다. 인천지검의 대상그룹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대검찰청은 자체 감찰 결과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에 대해 '참고인중지'결정을 내린 인천지검 수사에 하자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대해 천 장관이 "검찰 고유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검찰의 사건처리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자 김 총장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김 총장의 발언에 왠지 힘이 실리지 못한 듯하다.
현재 검찰 내부 사정이 그만큼 위기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검란(檢亂)'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이미 안기부 도청자료인 'X파일'에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 시절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김상희 법무부 차관이 사퇴를 표명했다.'떡값 리스트'에 오른 또 다른 현직 검사장의 거취도 불투명한 상태다.'대상 봐주기 수사'로 인사상 불이익이 예고된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 이들은 모두 차기 총장감으로,검찰 내부에서 촉망받던 인물들이었다.
여기에 인력브로커의 금품로비에 전ㆍ현직 부장검사 3명이 놀아난 사건까지 터지자 일선 검사들은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한 검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며 검찰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검찰이 도청과 관련해 국정원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서슬퍼런 칼날을 휘둘러대고 있지만 집안 내부 꼴은 말이 아닌 셈이다.
이처럼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는데도 검찰은 제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홍보자료를 만들고 있으며 이를 조만간 배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금 할 일은 제밥그릇 챙기기보다는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 엄정한 수사의지를 밝히는 게 급선무가 아닌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김병일 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