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디스커버리3를 처음 접한 느낌은 '작은 버스 같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크고 웅장했다. 4.8m에 달하는 길이나 1.9m에 육박하는 높이도 그렇지만,무게가 2.5t이라는 설명에는 아예 입이 다물어졌다. 3줄로 배열된 7개 시트는 두 가족이 놀러 가기에도 넉넉해 보였다. 각진 외모는 거대한 몸체와 어우러져 타 보기도 전에 강력함을 느끼게 했다. 디스커버리는 전 세계에 수많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정통 '오프로더'이자 대표적인 패밀리카.온 가족이 함께 전국 각지로 여행을 떠나려면 이 정도 사양은 갖춰야 한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디스커버리3는 기존 디스커버리의 강력한 오프로드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온로드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운전석에 올랐다. 다소 투박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최첨단으로 꾸며져 있다. 내비게이션 기능은 물론 위성DMB 시스템도 갖췄다. 차량의 상태는 모니터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만·카든과 공동 개발했다는 오디오 시스템은 운전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수납공간이 많은 것도 특징.앞열 수납공간만 18ℓ에 달한다. 2열과 3열 시트는 버튼 하나로 가볍게 접혀진다. 시트를 모두 접으면 엄청난 넓이의 트렁크 공간이 생겨난다. 뒷좌석을 앞좌석보다 조금씩 높게 설계해 뒷좌석 승객의 시야를 확보해준 것도 특징이다. 이제 출발할 차례.4500rpm에서 217마력의 최고 출력을,3000rpm에서 35.8kgm의 최대 토크를 낸다는 4009cc V6 DOHC 엔진의 힘이 느껴진다. 매끈하게 달리는 게 마치 세단을 모는 듯한 느낌이다. 오른발에 그다지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계기판은 시속 120km를 가리킨다. 무게 때문인지 고속 주행에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승차감도 고급 세단 못지 않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10.9초,최고 속도는 시속 180km라는 설명이다.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디스커버리3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순간.오른손을 변속기 근처의 다이얼 모양 스위치로 옮겨 일반 주행 모드에서 자갈길 모드로 바꾼다. 모니터에는 바퀴의 방향과 서스펜션 작동 상황 등이 표시된다. 울퉁불퉁한 길이 편하게 느껴진다. 디스커버리3가 자랑하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 System)'은 일반 도로뿐 아니라 거친 노면이나 눈길,빗길과 같은 미끄러운 상황 등 5개 도로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차량의 상태를 조절해주는 장치다. 차량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7590만원.낮은 연비(5.9km/ℓ)만 감당할 수 있다면 여행을 즐기는 가구의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