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기다리던 조정 고맙다"..적립식펀드 앞세워 나흘새 5천억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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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을 기다렸다.'
투신사들이 최근 조정기를 틈타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적립식 펀드 등 장기 자금을 무기로 약세장을 주식 저가 매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다시 활발해진 데다 종합주가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상당수 기관들이 투신사에 자금을 집어넣을 것이라며 증시 조정폭은 깊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투신 나흘 새 5000억원 순매수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투신권은 156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중 프로그램 매물이 대거 쏟아진 점을 감안하면 투신의 실제 매수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 한화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차익 거래는 투신이 압도적으로 큰 매매주체"라며 "프로그램 차익 거래 매물을 감안하면 투신은 최근 4일 동안 최대 5000억원 정도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3484억원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연기금 1407억원 △증권 522억원 △은행 446억원 등 대부분 기관이 매도에 치중하며 차익실현에 나섰지만,투신만은 강한 매수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수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특히 투신은 증시 조정기에 포트폴리오 조정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 7월 초 이후 상승폭이 컸던 대형주를 팔고 ㈜한화 SK㈜ 삼성증권 한진해운 삼성중공업 등 옐로칩 매수를 대거 늘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적립식 펀드의 힘
투신사들이 주식을 대거 매수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우선 적립식 펀드의 주식 매수 수요가 가장 크다.
이형복 미래에셋자산 주식운용4본부장은 "최근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장기 증시 전망은 여전히 좋은 상태"라며 "적립식 펀드는 길게 보고 바이 앤드 홀드(매수 후 보유)하는 운용 전략을 쓰는데 펀드로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최근 조정을 주식 매수를 위한 기회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가 단기 급락하자 일부 기관이 투신사의 주식형 또는 혼합형 펀드에 자금을 집어넣은 것도 주식 매수의 한 원인이다.
양병태 한화투신 전략운용팀장은 "몇몇 연기금과 지방신용협동조합 등의 기관이 지난주 지수 1100선이 깨지자 각각 100억~200억원씩 자금을 투신사에 넣었다"며 "특히 지난 주말 한국 관련 해외 펀드에 15주째 자금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의 자금 집행 규모가 더 커졌고 이는 지난 19일 증시가 장 후반 반등하는 데 일조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투신이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선 것은 이번 증시 조정이 깊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령 추가 조정을 받더라도 지수가 1050선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상백 한국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지수가 1050을 뚫고 내려올 경우 투신으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최근 주식을 팔아 놓은 은행 증권 보험 연기금 등도 주식을 다시 사면서 반등을 이끌 것"이라며 " 조정폭도 크지 않은 기간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