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블루오션, 공허한 메아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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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호 <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1980년 경쟁전략 이론을 제시한 이래 경쟁이란 단어는 경영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우리의 뇌리를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명제가 됐다. 포터 교수는 원가우위 전략,차별화 전략,집중화 전략을 통해 경쟁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고 가치사슬을 통해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경쟁 이론은 1970년대,80년대 일본 기업의 전 세계적인 대두 및 미국 기업의 쇠락과 연결된 필연적 역사적 산물이었으며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위한 이론적 배경이 되기도 한 대표적 경영이론이었다.
이런 경쟁 위주의 기업경영 개념을 반전시키고 경쟁이 무의미한 비경쟁 시장공간을 창출해 기업의 가치를 혁신적으로 창출할 기회를 갖자는 이론이 최근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이다. 어떤 면에서는 지난 이삼십년 내내 경쟁이란 단어에 식상해 있고 피로감을 느껴오던 많은 기업인,경제인들에게 블루오션은 그 단어 자체의 생동적 느낌만큼이나 오아시스 같은 신선함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이론적으로 경쟁이 없는 상황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유사 이래 인류는 수많은 국가,기업 및 개인의 흥망성쇠를 통해 발전해 왔으며 기업이든 개인이든 존재 그 자체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경쟁이 무의미한 시장공간을 창출하자는 블루오션 전략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한 가치를 혁신함으로써 새 가치를 끌어낸다는 가치창출 전략으로 이해할 경우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치란 자신이 지불한 비용과 그의 대가로 얻은 효용의 차이를 말한다. 가치혁신이란 종전의 가치 창출 방식을 역발상 관점에서 돌아보고 가치를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보고 창출함으로써 블루오션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대도시 위주의 허브 방식을 피해 경쟁력 있는 중소도시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열고 치열한 항공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적절한 고객가치 혁신 전략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평균 수명이 늘며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만일 퇴직한 고급인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산업계에서 재활용할 수 있다면 이는 산업계에도 도움이 되고 퇴직자에게 일감도 제공하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가는 현실에서 국가적으로는 총 노동력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런 것이 바로 인적 가치 혁신이 될 수 있다.
경쟁이란 어떤 면에서는 제로 섬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게 마련이고 제한된 자원의 쟁취를 위해 싸우는 게임이다.
하지만 가치혁신 전략은 윈윈 게임을 하자는 전략이다. 장롱 속에 감춰져 있던 돈을 꺼내 사람들이 쓰게 만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잠자고 놀고 있던 인력을 일하게 해 전체 시장을 크게 하자는 플러스 섬 게임 전략이다. 이러한 가치 관점의 시각은 경쟁의식이 치열한 미국보다는 다소 인본적인 경영,상생의 경쟁을 강조하는 유럽 산업계에서 먼저 발현했다.
유럽형 경영평가 모델을 채택한 신품질 모델은 이해관계자의 가치혁신을 핵심 평가기준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경쟁 성과를 강조하는 미국형 말콤 볼드리지 경영평가 모델이 온 산업계를 지배하는 가운데 이런 유럽발 가치혁신 전략은 우리에게 새롭고 창조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을 접하면서 가치혁신을 강조하는 유럽형 신품질 평가 모델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신품질포럼 연구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