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은 1991년 4.5%에서 10년이 지난 2001년 6.2%로 늘었다. 고령화 추세 및 '참살이(웰빙)'열풍과 맞물려 고급 의료서비스 수요는 갈수록 급증할 전망이다. 의료산업은 고용창출 효과 또한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산업은 생산액 10억원당 투입되는 취업자 수가 16.3명으로 제조업(평균 4.9명)에 비해 3배를 웃돈다. 성형,외과,줄기세포 등 우리의 빼어난 '손끝 기술'을 활용하는 부문에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산업은 각종 규제의 담장에 둘러싸여 좀처럼 '업그레이드'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가 영리병원 금지조치다. 현재 국내 병원은 개인과 비영리 법인만이 열 수 있다. 병원에서 돈을 벌더라도 밖으로 가져나가거나 배당을 할 수 없다. 번 돈은 전액 의료시설에 재투자해야 한다. 비영리병원 법인에 출연하면 소유권은 국가로 귀속된다. 법인 형태의 병원이 망할 경우 청산 후 남는 재산은 국가 것이 된다. 가격도 건강보험 수가(酬價·의료행위의 가격)로 통제 받는다. 셔틀버스 운행이나 광고도 규제를 받는다. 수익을 내는 부대사업도 금지돼 있다. 이러다보니 병원들이 외부에서 돈을 끌어들여 인력 시설 장비 수준을 높일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수준높은 진료와 고급 서비스를 원하는 고소득층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MD앤더슨암센터를 찾은 한국인을 표본삼아 추산한 해외 암 치료비는 한 해 1300억원.전체 해외 의료비 지출은 2004년 기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해외유학·연수 등 교육부문과 골프 등 관광지출과 함께 '자금 해외유출부문 빅3'로 꼽힐 정도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의료시스템으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바라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국가가 관리하는 필수 의료부문과 민간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선택적 의료부문을 구분해 의료산업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통제가 가능한 공공 의료기관이 20%가 안 되는 국내 상황에서 시장경쟁이 도입될 경우 저소득 층이 입을 소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료부문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