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이 포함된 재개발구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성매매 업소에 임대하고 있는 집창촌 내 다가구주택 소유주들이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재개발 추진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서 집창촌이 낀 재개발구역은 속칭 '미아리 텍사스'로 알려진 성북구 하월곡동 일대와 용산역 인근,청량리 일대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재개발사업 추진이 가장 더딘 곳은 하월곡동 지역이다. 이 곳 다가구주택 소유주들이 재개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1월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 지역은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집창촌 주택 소유주들이다. 이 곳의 재개발 용적률은 500%로 용산(963%) 청량리(800%) 재개발구역에 비해 월등히 낮다. 또 초고층 국제업무단지가 들어서는 용산이나 실버·의료단지를 유치한다는 청량리 등에 비해 뚜렷한 호재도 없다. 정충남 월곡동 88 일대 재개발추진위원장은 "재개발 과정에서 권리금을 1억원씩 주고 들어온 성매매업소 업주들을 내보내려면 소유주에게도 어느 정도 보상금을 줘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 이들에게 보상금을 줘가면서까지 재개발을 추진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인근 중개업계에 따르면 월곡동 일대는 아직도 어느 정도 영업(?)이 이뤄져 임대료 수익이 발생하는 바람에 다가구 소유주들이 재개발사업에 소극적이란 것이다. 특별법 시행 이후 청량리는 72%,용산은 45% 정도 성매매 업소가 감소했으나 하월곡동은 13% 줄어드는 데 그쳤다. 현재 영업 중인 업소와 종사자 수도 서울시에서 가장 많다. 성매매업소를 운영 중인 박모씨는 "지금도 한 달에 200만원 이상 지불하는 업소가 상당수 있다"며 "다가구주택 소유주들이 지금보다 수익이 줄어들지 않는 한 재개발사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지역 재개발추진위는 지난 4월 서울시에 용적률을 900%까지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어려운 숙제였던 집창촌 문제 해결이 걸려있는 만큼 서울시쪽에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용산과 청량리 집창촌 소유주들은 재개발에 긍정적이다. 용산은 이미 구역지정까지 마쳤고 개발방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청량리는 소유주들이 집창촌 지역만이라도 먼저 재개발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업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임대료 수입이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용산은 특별법 시행 이전 250만원까지 하던 월세가 법 시행 이후 120만원 선으로 반토막났다. 청량리에서는 일부 업주들이 아예 임대료 지불을 거부해 소유주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근 C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단 집창촌지역 내 건물은 다른 업종에 임대를 할 수도 없어 소유주들은 재개발이 신속히 추진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