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잡아야 게임이 뜬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PC방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업체들이 선전하는 반면 '적'으로 삼은 업체들은 주춤하면서 PC방에서 요금을 받는 대신 거꾸로 수익을 나눠주는 '윈-윈' 전략이 각광을 받고 있다. 야후코리아는 온라인게임 '실크로드'의 월 매출액이 지난 4월 부분 유료화 개시 이후 PC방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넉달만에 250% 가량 늘어났다고 22일 밝혔다. 야후는 당초 실크로드의 공개 시범서비스 기간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정액제 유료화를 포기하면서 PC방에 요금을 부과하지 않고 오히려 PC방에서 생기는 실크로드 수익의 10%를 PC방에 나눠주는 고육책을 택했다. 그러자 최근 일부 지역은 시간당 요금이 500원까지 떨어질 정도로 치열한 경쟁속에서 경영난에 시달리던 PC방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면서 단 두달만에 전국 2만여개 PC방중 1만5천개가 실크로드에 가입했다. 이후 실제로 수익을 받는 PC방이 생기면서 상당수 PC방들이 고객들을 상대로 실크로드 '밀어주기'에 나섰고 그 결과 유료화 이전보다 동시접속자가 20% 늘고 다른 게임의 세 배 안팎인 매출액의 40% 이상을 PC방에서 올리는 상승세를 타게 된 것. 이에 따라 이달 말에는 실크로드 가입 PC방의 30% 가까운 4천500여개 PC방이 최대 100만원의 수익 분배금을 받게 돼 PC방과 실크로드의 밀월 관계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PC방을 경영하는 이모씨는 "실크로드 분배금이 크지는 않지만 무료게임이면서 추가 수익을 내기 때문에 PC방에서 요금을 받아가는 다른 게임들의 부담을 덜고 있다"며 "다른 PC방 주인들에게도 자발적으로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후는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앞으로 웹보드게임, 캐주얼게임 등 자사 게임 전반에 걸쳐 이같은 정책을 적용할 계획이다. 네오위즈[042420]의 1인칭 슈팅게임(FPS) '스페셜포스'도 이같은 '친(親) PC방 마케팅'이 탄생시킨 대표적인 히트작. 작년 말 PC방 대상 요금을 없애고 이용자가 PC방에서 결제하는 금액의 10%를 PC방에 제공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은 결과 PC방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초 PC방 점유율 1위에 올랐고 동시접속자도 10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작년 말부터 1위를 놓치지 않은 넥슨의 '카트라이더'는 지난 6월 넥슨이 PC방 요금제를 놓고 PC방들과 충돌한 직후 PC방 순위 정상에서 3위로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개인 이용자들 사이의 인기는 여전하나 PC방들이 카트라이더를 삭제하거나 이용자에게 추가 요금을 받는 등 불매운동 표적으로 삼아 이 게임을 괴롭힌 결과 이제는 '스타크래프트 이후의 신(新) 국민게임'이라는 그간의 찬사가 무색해진 상태다. 이처럼 PC방들의 태도에 따라 게임의 흥행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면서 PC방들을 잡기 위한 게임업체들의 'PC방 앞으로'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