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이 미국 달러화에 고정(페그·peg)된 환율제도를 바꾸면서 세계 중심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환율제 변경을 밀어붙여온 조지 W 부시 정부와 일부 미 의원들이 경제 및 외교정책에서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고정환율제 덕분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통화의 신뢰성 부족을 이유로 자산을 달러로 전환하는'달러화 현상(dollarization)'이 진행돼 왔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장기적인 상호의존성을 높여왔고 미국은 경제와 안보면에서 안정적인 정책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고정환율제 대신에 '복수 통화 바스켓'제도를 채택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에 고정시키지 않고 유로화 엔화 원화 등을 포함시켜 환율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중국과의 연간 무역규모가 100억달러에 이르는 국가의 통화는 바스켓에 집어넣겠다고 밝혔다. 달러가 위안화 환율을 결정하는 여러 통화 중 하나로 전락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선 동아시아 지역이 달러에 묶여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 이상적인 상황이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 동아시아 7개국은 미 국채 전체 발행물량의 25%를 갖고 있다. 이를 담보로 미국인들은 낮은 금리의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부시 정부와 미 의원들이 중국을 몰아붙여 환율제도를 변경하게 한 것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또 중국해양석유(CNOOC)의 미 석유업체 유노칼 인수가 미 의원 등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은 경제협력의 상대로 서구 기업을 선호한다"는 인식도 갖게 됐다. 게다가 미국과 중미 6개국 간의 자유무역협정(CAFTA)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자체적인 무역 블록을 형성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로 결국 동아시아 국가들은 '위안화 장벽'속으로 이동할 것이다. 중국의 환율제도 변경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의 달러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은 중국의 복수 통화 바스켓 제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 정치적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 등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경우 OPEC의 석유대금 결제 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이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려고 시도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데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동아시아 국가들과 OPEC 회원국이 달러에서 멀어지게 되면 미국인들은 더 이상 낮은 금리의 수혜자가 되기 어렵다. 외국자본의 달러 자산 매입이 실제로 둔화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그러한 조짐만으로도 미 경제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은 이번 환율제도 변경을 계기로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위안화의 영향력을 더욱 키워갈 것이다. 이는 중국이 달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의 잘못된 정책이 이 같은 중국의 행보를 촉진한 꼴이 됐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 댈러스대 마이크 코스그로브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A Yuan Wall'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