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일반 검찰직원들은 요즘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한다. 국가정보원(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자료인 이른바 X파일과 인력송출업체 브로커의 수첩에서 검사들이 '검은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X파일에 이름이 오른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들은 거의 없는 듯하다. 진실은 밝혀지겠지만 돈을 받았느냐 아니냐 보다는 검찰의 도덕성에 심하게 금이 간 것이 더 큰 문제다. 브로커 수첩에도 어김 없이 검사 이름이 등장한다. 검사와 함께 수첩에 이름이 적힌 MBC 기자들은 대가성 없는 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수첩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그만큼 검사들도 돈을 받았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검찰, 특히 검사에게 강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 때문일 게다. 이번 사건들에 대해 검찰이 어떻게 스스로를 단죄하는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 사회부 차장 mkkim@hankyung.com